내 남편은 대기업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내가 꿈이 뭐냐고 물으니 “회사에서 (돈 많이 모아서) 일찍 퇴직하는 것” 이라고 한다. 실제로 남편은 수년 전부터 몇년 안에 퇴직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돈을 많이 못 모아서) 아직까지 퇴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생겼으니 앞으로는 퇴직을 꿈꾸기는 커녕 퇴직을 당할 것을 염려해야 할 신세가 되어,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 암튼 남편은 회사에서 퇴직을 하고 나서의 제2의 인생을 꿈꾼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나는 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직 연차와 나이가 퇴직을 생각할 나이가 안되었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최대한 변호사 생활을 오래하고 싶고, 그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친한 동기 변호사들과 나중에 나이가 들면 조그맣게 공동사무실을 하나 같이 차려서 심심풀이로 사건 한두개씩 하면서 우리끼리 재밌게 지내자고 서로 얘기까지 해둔 상태이다.

이렇게 변호사 생활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도 사건을 유치하여 사무실을 유지하며 수익을 낸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며, 지금도 변호사 수가 2만명이 넘는데 내가 퇴직할 나이가 되었을 때는 훨씬 더 많은 수의 변호사가 존재할 테니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환경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내가 꿈꾸는 것처럼 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지며, 그동안 변호사라는 자격증이 내 노후 대비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가당치 않을 것 같다. 거기다 변호사 일이란 것이, 뒤돌아보면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지만 일을 하고 있는 동안은 의뢰인에게 시달림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고, 거기다 숙명처럼 승소 또는 패소라는 사건의 결과를 받아보아야 해서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따라서 아무리 쉬운 사건이라 하더라도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남들도 다 퇴직할 나이가 나에게도 오면, 지금과 같은 형식의 변호사 생활, 즉 의뢰인과 상담하고, 서면을 쓰고 재판을 가는 송무는 그만둘 생각이다. 즉 송무에서는 ‘퇴직’을 하고싶다.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그래서 이제부터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 볼 참이다. 그런데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흥분되고 즐겁고, 한편으론 이 일을 언젠가 그만둘 생각을 하니 지금 이 일이 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퇴직이란 단어는 마치 인생이 끝난 것 마냥 모든 것을 종결하는 것 같지만, 그와 동시에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퇴직’이란 단어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도 이제 내 남편과 같이 ‘퇴직’을 꿈꿔보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변호사로서의 또 다른 도전과 도약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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