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검사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A변호사에게 아들녀석은 ‘아픈 손가락’이다. 수석을 도맡아 하며 공부걱정을 시킨 적이 없었던 첫째 딸과는 달리 아들은 공부를 그리 잘하지 못했다. A변호사가 들려준 이야기로 짐작해 보면 학교 생활이 원만했던 것도 아닌 듯 하다.

그의 아들은 대학진학에 실패했다. 아무 대학이나 들어가려고만 했다면 못 갔을 리도 없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잘하는 것을 해보겠다’는 고집을 꺾지 못했다.

A변호사가 아들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것은 사실 이 때문은 아니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겪지 않아도 될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 시절 그는 가족과 함께 부임을 했다.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함께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2~3년 마다 학교를 옮기게 됐고 그때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했다.

적응을 잘한 큰딸과 달리 아들은 새로운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고 한다. 따돌림을 받은 것은 예사였고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빵 셔틀’ 같은 피해도 입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번도 학교를 찾아간 적이 없다. 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지만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야 정당한 항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렇게 느끼겠냐”는 것이 이유였다. 교사나 학교 입장에서는 현직 검사의 항의가 평범한 부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공직자의 처신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겼다고 했다.

결국 그의 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춘기 시절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이 때문에 A변호사는 지금도 아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만약 그때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변호사의 아들은 일찌감치 해병대에 지원해 군대를 다녀온 뒤 지난해 다시 수능시험을 봐서 꽤 괜찮은 대학에 진학했다. 그 무렵 검사장이었던 A변호사가 아들의 군복무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병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라는 ‘빽’을 배경으로 특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의경으로 근무 중인 우 수석의 아들은 경찰청 본청으로 근무지가 변경된 후 소위 ‘꽃보직’을 받은 것은 물론 수시로 휴가를 나왔다고 한다. 심지어 휴가기간 동안에는 최고급 외제차량을 타고 다녔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과 청와대는 특혜나 압력, 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대세다.

우 수석은 이런 세간의 시선이 무척 억울한 모양이다. 하지만, 공직자라는 이유로 아들의 불이익을 못 본 척해야 했던 A변호사와 비교하면 적어도 억울해 할 상황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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