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편의 칼럼을 통해, 특허의 본질과 여기서 파생되는 특허소송의 본질을 이해하고(1편), 기능적 청구항, 출원포대금반원 원칙 등 특허소송의 독특한 쟁점들과 특허소송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냉철히 살핀 후(2, 3, 4편),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자세로(5편) ‘원 브레인 전략’까지 수용하기로 했다면(6편), 특허권자는 대리인과 함께 특허소송을 시작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이제 어떤 칼을 쓸 것인가, 그리고 어떤 순서로 그 칼들을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특허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칼은, 보전처분으로 가압류와 특허침해금지가처분, 본안소송으로 특허침해금지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형사소송으로 특허법위반죄 고소, 행정심판으로 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이 있다.

가처분은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나 위험할 수 있다. 침해입증이 용이하고 무효개연성이 낮은 경우가 아니라면, 본안소송 못지않게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오히려 신속한 패소의 위험도 있다. 가처분에서 패소한 경우 본안에서 승소하기는 더욱 어려워지지만, 더욱 큰 문제는 비즈니스적 손실이다.

특허권자는 특허소송 제기 자체로 일정정도의 비즈니스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가처분을 제기했다 신속하게 패소해 버리면 그런 이익을 초반부터 상실한다. 오히려 방어자 제품에 특허문제가 없다는 면죄부를 제공하여 특허권자의 비용으로 방어자 비즈니스를 돕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처분은 침해입증이 용이하고 무효가능성이 낮을 경우에만 선택해야 한다. 침해가 확실하다는 점만 믿고 가처분으로 진행했다가 패소하거나, 침해입증이 쉽지 않은데 억울한 마음에 가처분으로 진행하였다가, 곤란에 빠져서 찾아 온 고객을 만날 때가 가끔 있다. 참 안타깝다. 최선을 다해 도와주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좋은 결과를 얻는 과정이 매우 험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고객이 과거로 돌아가 처음에 본안소송을 선택했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우선 본안 재판부는 가처분 재판부와 같은 신속한 결정의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다. 충분한 심리 없는 불의의 패소 위험이 적게 된다.

또한 특허권자와 방어자는 모두 침해 여부와 무효 여부에 대하여 각기 모순된 입장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소송내용상 방어자가 모순된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본안에서는 그 모순을 이끌어 낼 시간적 여유가 있어 유리하고, 소송내용상 특허권자가 모순된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패소하게 된다 하더라도 소송기간이 가처분보다는 길기 때문에 특허소송 그 자체로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적 이익을 상대적으로 길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침해입증이 용이한 경우라면, 일단 본안과 가처분을 함께 병행하여 제기하고 무효개연성이 낮아 가처분에 승소하면, 병행되던 본안에서 손해배상에 주력하고, 무효 여부가 애매하여 가처분이 장기화되거나 불의의 패소를 당할 위험이 있다면 가처분은 취하하고 본안소송에 주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처분과 본안을 어떻게 진행할지 외에도 특허법 위반죄로 형사고소를 하는 것이나, 소송 전 내용증명을 보낼지 여부,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필요성 내지 실익 등에 대해서도 종합 검토하여 특허소송 진입전략을 결정해야 하는데, 다음 칼럼에서 이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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