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무원이었습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한 뒤 나름 포부를 가지고 지원을 했습니다. 월급이 많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고자 한 것은 기왕이면 힘들게 공부해서 얻은 자격증으로, 개인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보람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그 때는 변호사를 5급 행정사무관으로, 그것도 임기제가 아닌 일반직공무원으로 선발했습니다. 단 한명을 뽑던 부처에 운이 좋게 합격을 하여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을 조금 넘게 근무하고 의원면직 신청을 하였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오기 위해 법무법인에 취직이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그 안정적인 곳을 왜 나왔냐는 질문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변호사보다 공무원이 등급(?)이 더 높다며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유를 설명한다고 이해해 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적성에 안 맞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나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돈을 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급여는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무원으로 있던 그간의 경험으로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보다는 특정 집권자 또는 나를 끌어 줄 수 있는 고위공무원을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언제부터인가 민원 신청이 들어오면 귀찮아하고, 복잡한 업무는 일단 타 부서에 떠넘길 생각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관심 있어 하는 일을 맡아 보고서를 예쁘게 쓰는 것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공무원이 될 자신이 없었습니다. 뭔가를 하려고 하다 사고가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하는 것이 승진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의원면직 신청을 했습니다.

변호사로 돌아와 서초동에서 생활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공무원이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최소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생계유지에 직접적 도움을 주는 의뢰인을 위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는 거창하게 국민을 거론하며 뒤로는 비겁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훨씬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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