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하게 되면서 사건 수임의뢰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수임제한사항이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흔히 이해충돌확인(conflict check)이라고 부르는 이 부분이 선행되어야 나머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2000년대 초에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하기 위해 로펌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인 일본기업이 주요 특허에 강점이 있는 페이턴트 파워하우스(patent powerhouse)라고 불리는 로펌들을 이미 선점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로펌들은 수임에 가장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이 수임제한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의뢰인을 위해서 자신의 의뢰인을 포기하여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 내부 구성원 변호사(소위 파트너 변호사)들 간의 이해조정 과정에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변호사 일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이 이해상충으로 인한 수임제한이다.

우리 변호사법은 제31조에서 수임제한을 규정하고 있고, 현행 변호사윤리장전 제22조 제1항 제6호는 ‘현재 수임하고 있는 사건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본문에서 제6호의 경우 관계되는 의뢰인들이 모두 동의하고 의뢰인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한다. 의뢰인이 모두 동의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구비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해가 충돌한다는 것의 의미해석이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결국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와 상임이사회의 검토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해석이 가장 중요한 법원(法源)이 된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이런 논란을 사전에 피하기 위해서는 이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경우 의뢰인에게 동의를 미리 구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의뢰인에 따라서는 이런 식의 동의요청이 있으면 거의 즉각적으로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도 쉽지 않다. 이런 논란이 있는 경우의 대표적인 것이 소송물도 다르고, 소송당사자도 다른데 쟁점이 일부 관련이 있는 경우이거나 당사자가 다르지만 관련된 당사자집단의 일부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 특히 그 일부의 상대방을 대리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이해상충의 판단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변호사윤리규칙이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도록 하는 상대적 수임제한사유들의 경우에는 절대적 수임제한사유와 그 제한의 근거가 다르다는 점에서 판단에서 구체적 타당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만일 변호사법 및 변호사윤리규칙에 의한 수임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관련 사건에서 알게 된 사실이 다른 사건에서 쓰이고 그 쓰이는 것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의뢰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는 수임과 관련된 변호사의 자기 스스로의 기준에 따를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유의하여야 하는 것은 수임제한의 대상이 사건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종전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는 점과 수임과 관련하여 변호사법과 변호사윤리장전이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품위유지의 형태 외에도 포괄적으로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될 소지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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