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국제분쟁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약 16년 전의 일이다. 1996년 뉴저지주 연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federal law clerk)으로 근무한 후, 1997년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하였다. 그해 겨울 IMF 구제금융사태가 발생하였고, 2000대 초반 IMF를 졸업하면서 분쟁 사건들이 밀려들어 왔다. 이에 김갑유 변호사와 함께 2002년 한국 로펌으로서는 최초로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 전문팀을 만들어 이들 분쟁에 대응하였다. 그렇게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7000억원이 넘는 소가의 주식 관련 소송(미국 뉴욕주 연방법원)에서 국내 금융기관을 대리하여 성공적으로 방어하였고, 최근에는 ‘대한민국 대 론스타 투자 분쟁 사건’ 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하였다. 현재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팀의 팀장인 필자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세계변호사협회(IBA) 산하 소송위원회(Litigation Committee)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BA 소송위원회는 전세계 110개국 총 2300여명의 국제소송 전문변호사로 구성되어 있는 위원회로, 27명의 전문위원의 주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IBA 소송위원회는 매년 장소를 달리하여 진행되는 연례회의(IBA Annual Litigation Forum)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지난 4월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였다. 총 35개국을 대표하는 국제소송 전문변호사들이 모인 이번 회의에서 필자는 ‘실무적 제언 : 아시아에서의 소송 대 중재(Really Lost in Translation: Litigation vs. Arbitration in Asia)’라는 제목의 발표를 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는 11월에는 밀라노에서 제2차 IBA 소송위원회 국제사법 컨퍼런스가 진행된다. 이 밖에도, IBA 소송위원회는 다양한 간행물 발간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필자가 2년간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국제 소송 뉴스(International Litigation News)’라는 제목의 회지를 1년에 두 차례 발간하고 있다. 간혹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특별 보고서를 제작하기도 하는데 작년 10월에는 전 세계50개국의 다중분쟁해결조항 (Multi-Tiered Dispute Resolution Clauses)을 총 망라한 핸드북을 발간하였다. 필자가 이 핸드북의 한국 섹션(Korean Chapter)을 집필하였다.

IBA 소송위원회는 국제분쟁 분야에 관심 있는 한국의 변호사들에게 그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IBA 소송위원회 산하의 청년변호사모임(Young Litigators Forum) 및 IBA 직속의 청년변호사위원회 등은 한국의 청년 변호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기다리고 있다. IBA 소송위원회와 IBA가 매년 제공하고 있는 여러 장학금 혜택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작년에는 한국의 한 변호사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전액 후원을 받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IBA 연차총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하여 ‘국제 소송 뉴스’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자신의 역량을 국제적으로 드높이기에 좋은 방법이다. 한국 변호사들의 활동 무대가 더 이상 국내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더 높이 비상하여 세계 무대를 누빌 시간이다. IBA 소송위원회가 그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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