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수사대상 기업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한 대형로펌에 있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후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고 비난여론이 일자 검찰은 이번 일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앞으로 상례화 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의 말을 믿기도 어렵지만 가사 일회적인 것에 그친다 하더라도 로펌이나 변호사의 범죄혐의가 아닌 의뢰인에 대한 수사 목적으로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된 이번 사태는 변호사의 변론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변호사의 변론권이 충분히 행사되기 위해서는 먼저 변호사와 의뢰인 간 고도의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로인해 의뢰인이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게 되면 상호 충분한 정보 공유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거나 사건에 맞는 공격방어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변호사의 비밀유지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그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은 유럽변호사행위규범(The Code of Conduct for European Lawyers)이나 변호사직무에 대한 모범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에서 변호사의 비밀유지를 변호사의 일차적이고도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하여 특별한 보호를 천명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에 대한 국가의 침범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근본적인 신뢰관계와 변호사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사법의 진실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이달 스리랑카에서 열린 로아시아(LAWASIA) 연차총회에서 변호사의 비밀유지가 변호사의 의무이자 특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수사를 위해 변호사의 변론권을 침해한다면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이다. 수사의 근거가 되는 법치주의가 위협받는다면 수사도 재판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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