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야 하는 개인은 끊임없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함의하는 공동체는 실체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경험을 통해서 의식안에 만들어진 동질감이나 연대의식으로 연결되는 정체성으로서의 삶의 방식이다. 계급이나 민족은 사유안에 존재하는 그러한 상상의 공동체의 하나이다.

관념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간의 콘센서스에 의해서 현재의 우리들로 이루어진 현실의 공동체는 헌법공동체다. 그것은 어떤 선험적인 근거를 가지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작동하는 법규범에 의해서 실효적으로 존재하는 공동체다.

한반도의 헌법 공동체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으로 출발하였다. 이영훈은 대한민국역사에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에서부터 1988년 87년 헌법까지 40년간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만들기의 관점에서 기술하며 민주화를 달성한 1988년을 근대화세력과 민주화세력에 의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정초가 세워진 시기로 설명한다. 한반도의 우리들은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공동체로서의 국가는 이를 만들어가는 현실의 필요에 의하여 현실적인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공동체인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은 권위를 지닌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구성원의 요구를 수렴하면서도 한계를 두어서 그 범위를 정하고 그 유보된 권한으로 질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정치는 환상과 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권한의 적절한 배분과 권력 주체간의 견제와 균형을 지향한다. 인간이 인간다움은 자기 제한으로 자기를 유보하는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권리 주장을 넘어서서 권리의 양도와 자기 제한에 있고 이를 통해서 권위를 지닌 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이 탄생하였다. 일제식민지로부터 해방 이후 어느 누구도 조선 왕조의 회복을 원하지 않았고, 신분이나 계급에 의한 것이 아닌 자유로운 개인으로 구성되는 근대국가를 추구하였다.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으며 그 과정안에서 우리의 삶이 전개된다.

오늘의 헌법 공동체의 위기는 헌법 형성기의 합의의 정신을 잊어버리고 냉전시대의 낡은 이념을 내세워서 편을 가르고 정쟁거리를 만들어서 권력을 추구함에 있다. 낡은 프레임을 앞세워서 현실을 왜곡하고 스스로의 권위를 훼손한다. 낡은 이념이 미래로 나아가려는 청년들을 가로막고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라고 한다. 편가르기의 낡은 이념이 국가의 형성을 방해한다. 국가는 동행하는 것이다. 공동의 합의의 산물인 헌법이라는 도로를 따라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자기의 일부분을 떼어 내어서 공적인 것으로 삼고 이를 발전시켜서 질서를 형성하는 것이 나라만들기의 과정이다.

매켄지의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을 번역한 신복룡은 역자 서문에서 국가가 병들어 쓰러지면 그 회복기는 적어도 1세기가 걸린다고 썼다. 나라만들기 68년이 되는 올해에도 지속되는 혼란은 대한민국 형성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건국과 근대화 그리고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건국 70년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만들기의 마무리 작업을 하여야 하겠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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