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법무부장관·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겸직허가를 받지 않은 기업 사외이사 활동으로 대거 징계절차에 회부돼 또 다른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켰다. 영리기업의 이사 등으로 활동하려면 소속지방변호사회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행법제다. 누구보다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위법행위를 저질러가며 사외이사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는 기업 외부의 비상근이사로, 전문지식을 통해 기업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살려 사외이사 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변호사법이 겸직허가규정을 두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 외의 영역에서 영리만을 추구하거나 기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변호사윤리에 저촉되는 사적 이익추구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재임시절 업무적으로 연관됐던 기업 등으로부터 전관예우 성격의 자리를 얻어 상호이득을 취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허가주체가 되는 지방변호사회별로 그 기준이 다르고 아예 관련규정이 없는 곳도 있어, 부적절한 겸직 사례를 골라내지 못한 채 별다른 형식적 하자만 없으면 그대로 겸직을 허가해주는 관행이 지속돼 왔다.

변협의 겸직허가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방회별 난립해 있던 변호사 겸직에 관한 규정이 정비되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겸직허가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공직자 출신에 관한 특례규정이 제정되어 그간 일부 고위직 출신들이 사외이사를 전관예우의 우회적 통로로 삼던 부당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근거가 마련됐다.

사외이사는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더 이상 사외이사가 고위직 출신 전관들의 돈벌이 수단이자 기업비리를 무마하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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