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이른 아침, 나는 서울 가는 기차를 타러 집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하기 전에는 힘들고 번거롭게 느껴져도 막상 하고 나면 뿌듯한 일들이 있다. 0709 한국여성변호사대회에 다녀온 일이 그랬다.

0709 한국여성변호사대회는 ‘여성변호사의 미래를 논하다!’란 주제로 (사)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6년 7월 9일 서울에서 개최한 행사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991년에 강기원, 황산성 같은 대선배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것으로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여성들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1991년 당시만 해도 아직 여성변호사가 수십명에 불과한 정도였지만 두분은 여성변호사들이 사회에서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하려면 서로 연대와 소통이 필요하고 여성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설립을 위해 선배변호사들이 마련한 자리에 사법연수생들도 초대되었는데 내게는 여성변호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황산성 변호사와 한 자리에 앉은 것만으로도 무척 가슴 설레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무료여성법률상담소를 설치·운영해 왔고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매매와 같은 사회 현안들에 목소리를 내며 피해자지원과 조력, 법률의 제·개정을 위한 연구 등의 활동을 열심히 해 왔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내에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여성변호사의 권익 향상을 위한 기초도 놓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한국여성변호사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는데 당시 회장이던 박보영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고 김삼화 변호사가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해 있을 때였다. 그 후 매년 빠짐없이 한국여성변호사대회를 개최해서 올해로 다섯 번째가 되었다. 작년부터는 지방의 여성변호사들도 한국여성변호사회의 부회장과 이사로 대거 참여하면서 한국여성변호사대회에 대한 지방변호사들의 관심과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변호사의 미래를 논하다’라는 올해 대회의 주제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열악해진 환경 속에서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여성변호사들의 현실을 더욱 실감나게 하였다.

발표자로 나선 10명의 청년변호사들이 2분 스피치를 통해 개업변호사로서, 소속변호사로서, 혹은 사내변호사로서의 삶을 들려주었는데 숙연해지는 대목도 있었다.

어떤 이는 팩스와 복사 같은 잡무 지시에 대해서 이것도 불가피한 회사업무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고 하였다. 그녀는 벌컥 화를 내기보다는 끈기를 가지고 주변을 감동시키면서 부당한 현실을 개선해 나가는 내공을 보여 주었다. 또 어떤 이는 직장내 성희롱의 피해자로서 회사를 상대로 홀로 긴 싸움 끝에 승리했고 이제는 변호사로서 피해여성들을 대변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고 그녀에게서는 오랜 시간의 투쟁을 통해 단련된 단단함이 있었다.

대선배들의 혜안으로 탄생한 한국여성변호사회를 통해서 나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아름다운 손들을 만났고 이번 대회에서도 그 소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년 전국의 여성변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게서 배우고 소통과 연대를 강화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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