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을 다시 보면 사면심사위원들이 뭔가에 쫓기거나, 애써 합리화하는 인상이다.

“사실상 찬성해도 개운한 마음은 아니거든요. 법의 형평성도 있고, 사회 정의 문제도 있고….” “이 사면은 IOC 위원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고, 그래서 찬성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많이 봐 준 것 같은데, 법무부에서 또 봐주는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찬성하겠습니다.”

마음의 평안은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등 ‘국익’을 언급할 때 왔다.

“대기업들은 우리가 좀 속상해도 세계무대에 나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다리 묶은 것을 풀어주는 것이 맞고….”

이렇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명에 대한 특별사면·특별복권 심사가 적정 의결됐다. 2009년 12월 24일 법무부장관 회의실에서, 박수로 마감되기까지 50분이 걸렸다.

“많은 토론과 신중 검토 의견도 있었으나 대부분 좋은 쪽으로 의견을 내셨다고 하겠습니다. 이의가 없으시죠….”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발언도 있었지만, 사면심사위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일까. 2011년 12월부터 수년 간 여러 차례 촬영된 어느 동영상에는 이 회장이 1인용 소파에 몸을 묻고 있다. 젊은 여성 여러 명을 안가로 들였고, 이들에게 돈이 건네지기도 한다. “네가 오늘 수고했어. 네 키스 때문에….” 과연 돈으로 뭘 못 샀겠나, 별 충격 없다는 반응도 있다. 삼성그룹은 ‘개인의 사생활’이라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언론사들에 내밀한 입장을 전해온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제고되고, 다시 한번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웅비(雄飛)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박근혜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두고 세간에서는 ‘대선 공약을 뒤집는다’는 비판이 컸다. 그러자 정부는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강조했다.

“경제인의 경우, 최근 형 확정자,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사범 등은 철저히 제외했으며….”

곧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성경책을 들고 교도소를 나왔다.기운차게 웅비한 쪽은 대한민국보단 최 회장인 것 같다. 그는 출소 4개월여만에 신문사로 편지를 보내 내연녀와 혼외자가 있음을 밝혔다. 간통이 범죄가 아닌 세상이 돼 있는 게 다행이었을 테다. 2008년에도 광복절에 사면됐지만 3개월이 못 돼 다시 재판정에 선 그였다. 타인의 성공을 눈여겨 본받는 능력이 탁월하니 큰 기업도 경영할 것이다. 다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정부가 밝힌 기준과 원칙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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