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듣는 노래 중에 최백호와 에코브릿지가 함께 한 ‘부산에 가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로 잔잔하게 시작되는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언제든 당장 부산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광안리도 거닐고 싶고, 달맞이고개도 올라보고 싶고, 어릴 때 살던 동네와 학교 앞도 가보고 싶어진다.

최근 들어 나의 삶에도 변곡점이 왔다. 가족들 중에 아픈 사람들이 생기고, 10년간 함께 했던 반려동물이 떠나고, 할머니도 떠나시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들과 내가 모른 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졌다. 자꾸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니까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싶어 당황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신호였다. 내가 나이가 들었고, 변해야한다는 신호였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부모님이라는 커다란 둑이 든든하게 사방의 모든 세찬바람을 막아내고 있었고,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됐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은 흘러 흘러 내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지점이 되었고, 이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와 함께 살던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에게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간이, 조금씩 기력이 없어지던 할머니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되었으며, 든든한 둑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나는 더이상 조금도 어리지 않았고, 숨을 곳도 없었다.

‘세상사 다 그렇지 뭐’ 하며 나는 쿨하게 나의 나이와 역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씩 내 시간이 줄어들고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졌지만 그것에도 초연해지기로 했다. 그간 편하게 살지 않았는가. 호사를 누렸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더 이상 어리광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자꾸 부산을 찾는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엄마와 아빠의 젊은 날이 부산에 있고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내가 부산에 있다.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노래가사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저 남들 다 먹는 나이를 먹는 것뿐인데. 뭐에 미련이 남는건지 말처럼 쿨하기가 쉽지 않다. 부산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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