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1155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10년 11월 24일경부터 2013년 4월 18일경까지 A라는 일본 회사가 저작권과 상표권을 보유하고, B라는 일본 회사가 상품화권을 보유하고 있는 토끼 모양의 캐릭터(이하 ‘이 사건 캐릭터’)를 모방한 중국산 인형에 A의 등록상표(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부착하여 수입, 판매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수입, 판매행위로 A의 저작재산권과 상표권을 침해하고,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표지인 B의 이 사건 캐릭터 모양의 인형과 혼동하게 하였다는 사실로, 저작권법위반, 상표권법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공소 제기되었다.
2. 상고 이유
피고인은 원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i) 이 사건 캐릭터나 토끼인형은 응용미술로서 그 본국인 일본에서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으므로, 문학적·예술적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베른협약(이하 ‘베른협약’) 제2조 제7항에 따라 다른 체약국인 우리나라에서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거나 상호주의를 규정한 우리 저작권법 제3조 제3항에 의하여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고, (ii) 이 사건 캐릭터 및 그 입체적 형상인 토끼인형의 상품표지성이나 주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으며, (iii) 이 사건 등록상표와 피고인의 사용상표가 유사하지 않고, 나아가 (iv) 저작권법위반죄, 부정경쟁방지법위반죄, 상표권법위반죄를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는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며, 상고를 제기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전부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시사항 및 판결요지는 상표법위반 및 그 죄수관계에 관한 내용 중심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저작권법위반죄에 관한 판단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물품에 표시되는 이외에 그 자체만의 형태로도 사용되어 온 시각적 캐릭터의 저작물성 판단방법
대법원은 “이 사건 캐릭터는 토끼를 사람 형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둥근 얼굴에 작고 둥근 눈 및 작은 눈과 대비되는 크고 둥근 코와 그 아래에 일자에 가까운 입 모양을 갖추고 있고, 귀는 긴 타원형으로 속살 같은 것이 보이는 형태로 되어 있으며, 팔과 다리는 길게 늘어뜨려 약간 휘어진 형태인데 손이나 발은 원형으로 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아무 표정이 없지만 느긋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도록 도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캐릭터는 2004년경 일본에서 만화, 영화 등 대중매체에 표현되기 전에 상품에 사용되면서 공표되는 이른바 오리지널 캐릭터의 일종으로 개발된 도안으로서 물품에 표시되는 이외에도 2008년경 일본에서 공표된 동화책들에서 물품에 부착되지 않은 형태로 게재되는 등 이 사건 캐릭터 자체만의 형태로도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캐릭터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의 요건으로서 창작성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는 도안 그 자체로 일반적인 미술저작물로서 창작성을 구비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충분하다”라고 보아, 이 사건 캐릭터가 응용미술저작물이 아닌 미술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일본을 본국으로 하는 이 사건 캐릭터가 우리나라에서 저작물로 보호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베른협약 체약국 사이에서는 협약상 내국민대우의 원칙이 적용되고, 상호주의를 규정한 저작권법 제3조 제3항이 이러한 베른협약상의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배제하는 조항이라고 해석되지는 아니하기 때문에, 일본이 베른협약의 체약국으로서 같은 체약국인 우리나라 국민의 저작물에 대하여 내국민대우를 하는 이상 일본을 본국으로 하는 이 사건 캐릭터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따라 미술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캐릭터상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증가하고 있는 캐릭터 모방상품 불법 판매 시 권리자가 검토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형사적 법률쟁점을 다루고 있고, 이 경우 저작권법위반죄, 부정경쟁방지법위반죄, 상표권법위반죄 등의 죄수관계를 정리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그 형태가 단순할수록 창작성이 부인되기 쉬운 캐릭터의 저작물성(창작성) 판단에 있어 참조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였고,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상품표지성이나 주지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실무적인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은 ‘동물 봉제 인형’ 사건(서울지방법원 2000. 8. 18. 선고 99가합72021 판결), ‘반짝이 곰인형’ 사건(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2001. 5. 25. 선고 2000가합7289 판결) 등에서 응용미술품인 봉제인형의 디자인은 인형이 가지는 실용적 기능과 ‘분리’되어 예술적 특징이나 가치를 갖지 않으므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캐릭터가 인형이라는 상품의 외관으로 사용되는 이외에 인형과 분리되어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에 ‘미술저작물’이라고 보고 있기는 하나, 향후 인형 디자인이 ‘응용미술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