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땅의 소산을 먹으리라”

성경에서 아담이 선악과(善惡果)를 따먹은 후 신(神)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요즘 평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말이 떠오른다.

여름의 한 가운데를 지나면서 왕복 4시간을 꽉 채운 출퇴근길이 버겁게 느껴진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휴식은 일상에 지친 심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시킨다. 낮 동안의 상처는 저녁에, 한주의 상처는 주말에 치유한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기 전 일요일은 6일이라는 모래사막 끝에 도착하는 야자수 그늘이 드리워진 오아시스였다. 지금은 주 5일제 근무로 그 오아시스가 더 넓어지고 그늘도 짙어진 느낌이다. 일요일이 없다면 한 주를 무슨 낙으로 살까?

일요일에 쉬는 주휴제(週休制)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갑오경장 이후인 1895년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관청에만 적용됐을 뿐 민간에선 공휴일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 1920년대부터 민간에도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1949년 6월 4일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에 의해 모든 관공서가 쉬는 날로 지정되었고, 민영기업들이 관행상 이 규정을 준용하여 휴일로 써왔다.

7일에 한번 쉰다는 획기적인 개념은 유대인들의 역사에서 최초로 발견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安息日, Sabbath)에 일을 하지 않는다. 안식일은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다.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가 시내산에서 신으로부터 받은 십계명 중 하나가 안식일 준수에 관한 것이다. 모세 이후 유대인들은 지금까지 3000년 넘게 안식일을 지켜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안식일은 사람들에 의해 변질되었다. 안식일에 불을 켜고 끄거나, 물건을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행위도 금기시되었다. 휴식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신은 안식을 명했지만, 사람들은 수고만 더했다. 예수도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듯이 본말이 전도된 안식일의 폐해는 2000년 전에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딱히 날씨 탓이 아니더라도, 안팎으로 힘 있는 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피곤한 일이 되어 버렸다. 최근 상의 없는 일방적 결정으로 민심이 큰 상처를 입었다. 집권자들은 대의(大義)를 말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국민과 상의는 생략해야 했을까? 절차는 아쉽고 결과는 참혹하다. ‘공항 부지’ ‘개돼지’ 이해되지 않는 일에 이해를 강요당하느라 민심은 지쳤다. 녹초가 된 민심에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말이 전도된 휴식이 아닌, 제대로 된 휴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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