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줄 수 있다. 이런 경우, 당사자들은 총력을 기울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줄을 잡아당긴다. “법이 통과된다”와 “법이 통과되지 못한다”에 당사자들은 사활을 걸고 한쪽 방향에 매진한다.

입법과정에서 상임위원회의 의결을 통과했다면 큰 산을 넘은 셈이다. 소관 입법에 대하여 전문성을 보장받는 상임위원회가 가결한 법안은 상당한 공신력을 가진다. 그 후 법안은 국회법 제89조에 따라 ‘체계·자구의 심사’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진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본회의로 넘어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으로서, 입법체계와 입법례에 비추어 가장 적확한 법문으로 교열되는 과정이다. 통상 법사위를 원만히 거치면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법안이 완성된다. 그런데, 법사위에 접수된 법안 중에는 2소위원회로 넘겨져서 논의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상임위는 신속한 의결을 바라지만 법사위는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 필자는 보험설계사 등의 산재보험 적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담당했는데, 그 법안이 환노위의 의결을 통과한 후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된 바 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는 “이 법안 통과에는 상당한 이견이 있다”, “법적용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 등으로 법안 처리를 미뤘다. 2014년 4월 환노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월권금지결의서를 채택하면서 “법사위가 법을 위반하여 체계·자구 심사가 아닌 내용에 관하여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법사위로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보이는데, 이런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선택을,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통과한 수많은 법률안들은 최종과정인 본회의 의결을 앞두게 된다. 국회가 상임위원회 활동이 중심이 되다보니, 본회의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본회의가 열리면 수백건의 법안이 한꺼번에 논의되고 바로 의결에 들어가기 때문에 본회의 의결과정은 간소하다. 흔히 언론에서 ‘졸속처리’라고 보도되기도 하나,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법안들이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의결을 받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말의 오해도 있다고 보인다. 의원들은 법안에 대하여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본회의 토론의 진면목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잘 볼 수 있었다. 이제 국회는 오물조물 반죽한 빵을 갓 구워냈다. 그 빵이 대한민국 사회를 1g이라도 살찌울 수 있다면,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무한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우리 민주주의는 최상의 선택을 최고로 빠르게 해결하는 데에는 성숙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입법에서 민주주의를 통해 차선의 합의를 만들었다면 최소한 우리사회는 1cm가량 전진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국회의 입법과정, 입법결과에 대하여 훌륭하신 법조인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탄없는 질정(叱正)을 내주시길 기원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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