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구치소 관행 첫 제동

수사기관이나 교정기관이 일과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변호인의 피의자 접견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8단독 김정우 판사는 긴급체포돼 검찰 구치감에 수감된 피의자의 접견을 거부당한 A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A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에 긴급체포된 B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오후 5시경 수사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B씨의 접견을 신청했다. 수사검사는 조사중이니 오후 7시경 검찰청으로 오라고 말했고, 교도관은 오후 7시부터 시작될 야간 조사를 위해 B씨를 부산지검 구치감에 대기시켰다. A변호사는 오후 7시경 도착했지만 교도관은 일과시간 이후 접견 신청이라는 이유로 접견을 거부했다. A변호사는 수사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전했지만 끝내 피의자를 만날 수 없었고, B씨는 오후 7시부터 다시 조사를 받았다.

A변호사는 “검찰이 부당하게 의뢰인 접견을 거부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부산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구속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인권 보장과 방어 준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라며 “법령의 제한이 없는 한 제한되면 안 되고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행법에 신체 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구속을 당한 사람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 신문을 받는 도중에라도 언제든지 변호인과 접견교통 하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한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의자들도 야간에 조사를 받을 때 언제든지 변호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부산회, 위 사건 소송지원

부산지방변호사회(회장 조용한)는 “최근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제보가 늘고 있다”며 “공익차원에서 이번 소송을 지원했으며, 개별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