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자살한 서울남부지검 고(故) 김홍영 검사 사건을 두고 대검찰청이 지난 8일 공식 감찰에 착수했다. 김 검사의 죽음이 단순히 과도한 업무로 인한 압박감 때문이 아니라 상관의 언어폭력 및 괴롭힘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면서 기존의 진상조사 단계를 감찰 단계로 상향한 것이다.

김 검사는 사망 몇달 전부터 자주 지인들에게 SNS 문자메시지를 통해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충동이 든다’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죽고싶다’는 등 부장검사의 폭언·폭행에 의한 고충을 토로해왔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 부장검사의 폭언 등을 자살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반복되는 상관의 폭언과 인격모독이 젊은 초임검사를 얼마나 큰 좌절감과 모멸감에 빠뜨렸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1993년 부산지검, 2011년 대전지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젊은 검사 2명 역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상관의 폭언·폭행에 의한 인격적 모멸감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되고 검사의 상급자에 대한 이의제기권이 신설됐으나 검찰조직 전체를 관통하는 강압적 상명하복 문화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셈이다.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계급과 기수 중심의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것이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도 무조건적 권위를 부여하고 후배 검사에 대한 인격모독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면, 이는 더 이상 쓸모없는 악습일 뿐이다. 특히 수평적 문화에 익숙한 젊은 검사들에게 이러한 검찰의 전근대적 관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담일 수 있다.

인권의 보루라는 검찰에서 반인권적 행태가 자행되고 용인된다면, 검찰이 행사하는 수사와 기소가 결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없다는 점을 검찰 스스로 알아야 한다. 왜곡된 상명하복 문화는 법조계의 고질적 전관예우 관행과도 무관하지 않다. 검찰은 환부를 도려내는 심정으로 철저히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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