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메고 공항에 도착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SF 영화에는 버튼을 누르면 순식간에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 주는 ‘워프 드라이브’가 등장한다. 공항 게이트에 서 있으면 마치 ‘워프 드라이브’ 일보직전의 기분이다.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기 직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곧 여름 휴정기가 다가온다. 필자는 휴정기에 재판 일정이 있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에도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떠날 것임을 생각하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퇴근길에 듣던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호주의 ‘바이런 베이’라는 곳을 다녀왔는데 한동안 그곳의 바람을 잊지 못했다”라는 말을 했다. 순간 10년 전 나 역시 다녀왔던 바이런 베이가 떠올랐다.
바이런 베이는 남태평양의 넓은 바다와 구름 높은 파란 하늘을 대면할 수 있는 곳으로 마치 ‘세상의 끝’과 같은 느낌이다. 남태평양의 바람을 가슴으로 맞던 때 펄럭이던 셔츠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 눈동자가 푸르게 물들 수 있는 곳. 걸음을 재촉하듯 강한 바람이 부는 해변. 비치타월 한장을 깔고 선크림을 잔뜩 바른 후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커플들. 잔잔한 파도를 맞으며 물가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하다. 푸른 바다는 상상만으로도 도시에 살며 일에 치이는 사람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는 마음의 위로가 된다.
곧 다가올 하계 휴정기는 상반기를 정리하고 하반기를 더 보람되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런 시기에 세계 각지로, 전국 각지로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들이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하고 즐겁기를 기도한다. 한편 필자처럼 재판일정 혹은 여러 사정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석양을 바라보며 노천 레스토랑에 앉아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를 시키고 스노우 헤드가 가득한 시원한 맥주를 한잔 주문한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쪼록 휴정기에는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다가올 하반기를 건강히 준비하시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