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책임자들 사과해야” … 변협 재심법률지원소위에서 변론 맡아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이 17년 만에 다시 재판에 부쳐지게 됐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는 지난 8일 최모씨 등 ‘삼례 3인조’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은 지난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소재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슈퍼주인 유모씨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 200여 만원어치를 훔쳐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지적장애를 앓던 최모씨 등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며, 이들은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삼례 3인조의 형이 확정된 뒤인 같은해 11월, 부산지검은 제보를 받고 용의자 3명을 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그러나 전주지검으로 사건이 이송된 뒤 이들은 자백을 번복했으며, 삼례 3인조 수사를 맡았던 검사에 의해 이들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다 지난 4월 열린 심문기일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부산 3인조 중 1명인 이모씨가 자신이 진범이라고 증언하며, 이 사건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 삼례 3인조가 처벌을 받았지만, 올해 초 이모씨가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한 데다 유족이 보관 중인 현장검증 동영상과 진범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의 사건기록 등을 토대로 무죄를 인정할 만한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심 결정 직후 항고 포기 의사를 표했다.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 유씨 유족 등은 검찰의 항고 포기에 환영의 뜻을 전하며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며, 살인범을 조작하고 오판한 책임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와 책임 있는 반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심 과정에서 삼례 3인조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변협은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재심을 지원하기로 했다.

위 사건 변론을 맡은 변협 재심법률지원소위원회 박준영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는 돈으로 죄를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이지만, 위 사건은 그 반대로 돈이 없고, 배경이 없고, 장애가 있어 죄를 뒤집어 쓴 사건이다”라며 “정의로운 해결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사법정의’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심사건, 적극 변론지원 나설 것”

한편, 변협은 지난 2월 인권위원회 산하 ‘재심법률지원소위원회’를 출범했다.

무기수 김신혜 친부살해사건,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판결로 인한 억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재심 사건의 변론 지원뿐만 아니라, 재심제도의 절차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개선책 마련, 입법 활동 참여 등 재심제도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무기수 김신혜 친부살해사건에 재심 결정이 내려지자, 변협 인권위원회는 법률지원변호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변협은 “형사재판은 강요된 자백, 오염된 증거, 실체진실 발견의 한계 등으로 인한 오판의 가능성이 적지 않고 이로 인한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면서 “구제수단인 재심재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더불어 개별적 재심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론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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