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주광덕·김정재 의원과 공동으로 ‘전관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 개최
전관 변호사 개업 금지 취지 적극 공감 … 영국·홍콩은 판사 개업 금지 명문화해

전관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책에 관해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주광덕, 김정재 의원과 공동으로 ‘전관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성동, 심재철, 이정현 의원을 비롯한 다수 국회의원 및 변호사가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정재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는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가 통용된다”라며 “법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번 토론회에서 전관비리 근절방안을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하창우 협회장은 “아직도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전관비리 존재 여부 자체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전관비리 존재는 명백한 사실이며, 지금은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할 때”고 밝혔다.

자격 이원화 방안, 찬반 공방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승태 대한변협 윤리이사는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같은 전관비리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를 개혁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없었기 때문”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승태 윤리이사는 전관비리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안으로 프랑스의 사법관제도에서 착안한 ‘판·검사와 변호사 자격의 이원화 제도’를 제시했다. 프랑스처럼 전관 변호사 배출을 원천봉쇄한다면 전관비리를 방지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변호사는 판·검사를 통칭하는 사법관과 분리된 양성과정을 거친다.

이원화 방안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의 찬·반 공방이 이어졌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는 “이원화 제도를 통해 연고주의와 정실이 발붙일 여지를 없애야 한다”며 “판·검사는 공무원으로서 자격증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찬성의 뜻을 전했다.

반면 민경한 변호사는 이원화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민 변호사는 “재임용이나 적격심사에서 탈락하거나 건강 등 기타 사정으로 사직한 판·검사가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경우 오히려 전관 수가 적어 더 큰 특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회와 동떨어진 법원의 폐쇄성이 심해질까 우려된다”면서 “정년보장만으로 판·검사의 중도퇴직을 줄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승태 윤리이사는 “당장 법조일원화를 벗어나야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더 바람직한 대안 마련을 위해 장기적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위판검사, 변호사개업 금지

또 이승태 윤리이사는 “이원화 방안이 법률 제·개정을 통해 실시되기 전에는 검사장급 이상의 검사 및 고등법원 부장급 이상의 판사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조직법 제45조와 검찰청법 제41조에서 정하고 있는 판·검사의 정년을 70세로 연장해 공직에서 최대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태 윤리이사는 “외국에서는 전관 변호사의 비리 문제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외국 판사의 정년 및 퇴임 후 행보를 소개했다. 미국·영국 판사와 일본 간이재판소 재판관의 정년은 70세이며, 독일·프랑스 판사와 일본 일반재판관은 65세다. 대부분 판사가 정년까지 근무한다. 미국에서는 대법관 또는 항소법원 판사가 퇴임하면 조정절차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홍콩과 영국에서는 판사 퇴직 후 변호사로의 개업이 금지돼 있다.

토론자 모두 전관 변호사 개업금지 취지에는 적극 공감했으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개업금지기간을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와 유사하게 3년 내외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민경한 변호사는 “퇴임판·검사가 국선전담변호사, 교수 등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열어줘 위헌소지를 최대한 없앨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기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영국 고위법관은 총리보다도 보수가 높으며 일본 법관은 우리나라의 1.3배 내지 3.3배의 연봉을 받는다”면서 “퇴임 판·검사가 변호사 개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도록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우수한 법관은 공부를 잘 하거나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갖춘 법관”이라면서 “법관은 보수에 관계없이 공정성을 토대로 재판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몰래변론, 형사처벌 강화해야

선임계 미제출 변론, 소위 몰래변론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김기훈 법무부 법무과 검사는 “변협이 정직이나 영구제명 등 징계를 하는 것이 형사처벌보다 변호사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몰래변론 행위를 한 변호사를 과감히 영구제명하는 등 변호사법 개정 없이 이미 도입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 윤리이사는 “협회는 수사권한이 없으므로 징계요청자료나 외부자료를 통해서만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면서 “검찰에서 몰래변론 사건을 더 적극 수사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논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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