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일까, 아니면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일까. 초년 변호사 시절엔 변호사는 분명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업무시간을 비교해 볼 때, 서면을 쓰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서면을 쓰기 위해 야근과 주말출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 당시 누군가 변호사는 말을 잘해야 되는지 글을 잘 써야 되는지 물어보았다면, 당연 변호사는 말보다는 글이 우선이고, 글을 잘 써야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변호사는 말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호사는 말을 잘하는 직업이고, 말을 잘해야 실력 있는 변호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도 티비에 나오는 변호사들이 말을 잘하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들이 마치 미국변호사들처럼 말로 현란하게 변론하는 것을 보아서 그런 것 같다.

한번은 변호사들과 기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서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보고, 사회를 보신분이 “역시 변호사님들이라 그런지 말씀을 정말 잘하신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아직 자기소개를 하기 전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정말 부담스러워 머리가 새하여졌다.

사실 연차가 늘고, 여기 저기 모임도 다니면서 말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 글을 쓰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것에 훨씬 더 어려움을 느낀다. 일종의 무대 공포증이라고 할까? 글은 시간을 들여 충분히 고민하고, 또 수정하고 하며 질을 높일 수 있지만, 말은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경우 고민하고 말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순발력있게 그때그때 맞는 상황의 말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 어투라든지, 목소리톤이라든지, 또는 재밌게 얘기를 한다든지 하는 말의 기술이 필요한데 이 또한 타고나지 못해 어려움을 느끼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변호사님들이 참 부럽다. 어떻게 말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결국은 자신감을 가지고 말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깨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첫 증인신문을 할 때 생각해 보면, 증인신문을 하기 전에 얼마나 떨었던가. 그러나 무사히 첫 증인신문을 마치고 나서 느꼈던 뿌듯함과 성취감, 그 뒤로 자신감이 생겨 증인신문이나 변론을 할 때에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결국은 같은 과정이 필요하단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나에게는 남아있는 숙제이다. 말로 먹고 사는 변호사는 못 될지언정, 말에 발목 잡힌 변호사는 되지 말아야 될텐데 걱정이다. 결론은 말 잘하는 변호사가 부럽다는 것.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