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 관한 사법강국인 독일의 예를 본다. 독일에는 연방헌법재판소 이외에 연방통상대법원(BGH), 행정대법원, 노동대법원, 금융대법원, 사회대법원 등 5개의 전문대법원이 있고 각기 산하에 하급법원이 소속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법원이 일원적인 법관인사의 통할 하에 순환보직제가 아니어서 한 군데 전문법원에서 출발하였으면 그곳에서 평생 전문법관으로 굳으며, 변호사 개업률은 낮다. 의사에 반하여 전직을 시킬 수 없다.

연방통상대법원의 경우는 크게 민사부와 형소부로 나뉘는데, 상호 보직 교류는 없다고 한다. 민사부는 저작권부, 회사법부, 국가배상법부, 상속권부, 부동산부, 불법행위부, 도급건축부, 거래계약부, 도산법부, 특허권부, 금융법부, 가족법부 등 12개 부로 구성되었다. 소속 전문부에서 계속 전문법 지식과 경험을 쌓다가 보면 사계의 전문가요 권위자가 된다고 한다. 한편, BGH 사건의 대리는 모든 변호사가 아니라, 재판의 질적개선을 위하여 탁월한 법지식과 실무경험의 변호사 중에서 엄선된 연방변호사가 맡는데 현재 46명이다.

독일에는 전문의처럼 특정법 분야의 전문지식·경험을 쌓은 변호사에 부여하는 ‘전문변호사제도’가 있다. 23개 법분야에 걸쳐 전문변호사 자격을 부여한다(연방변호사법 43C조). 2014년 1월 현재 총 변호사 16만여명 중 25%정도의 4만600여명이 전문변호사다. 지원자는 120시간 정도의 연수과정, 5시간의 필기시험과 함께 세가지 지속적인 성적점검, 이와 더불어 예컨대 세법이나 정보기술법에서 50건, 계약법에서 160건 등 일정기간 내 일정한 사건 수를 다룬 실적이 필요하다. 전문변호사는 평균적으로 일반변호사에 비하여 시간당 보수가 14유로정도 높다고 한다. 이같이 독일은 의료계처럼 전문화 시대상에 걸맞게 분업화된 전문법관·전문변호사의 재판구조이다.

우리 현실에서 하급심은 상당한 재판의 전문화가 이루어진 것 같다. 가사사건에 가정법원, 행정사건에 행정법원, 특허사건은 특허침해사건까지 일원적으로 집중관할하는 특허법원으로 개조해, 특허 제1심 사건은 고법소재지 지법의 전속관할, 서울중앙지법을 선택적 중복관할법원으로 바꾸었다. 헌법재판소는 하급심은 아니나 헌법사건 전담의 재판소라는 점에서 재판의 전문화에 일조를 한다. 고법이나 지법에 신청부, 파산부, 건설부, 교통사고부, 산재부, 노동부, 의료부, 국제거래부 등등, 소액·중액·고액의 각 단독부 등의 설치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하급심 전법관을 놓고 순환보직의 인사교류는 여전하므로 한 자리에서 노하우를 쌓으며 한 우물만 파는 전문법관이 나올 풍토가 아니다. 법원조직법 제7조에 대법원에 행정, 조세, 노동, 군사, 특허 등 전문부의 설치조항이 있지만 헌법 제102조 제2항의 대법관 이외에 대법원 판사를 두는 이원제 법관증원안의 불발로 휴면화상태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전문변호사제의 도입을 추진한다지만 큰 진전은 없다.

이렇듯 우리의 전문법관, 전문변호사제의 취약성 때문에 시골이나 동리의사처럼 만능이어야 하는데서 오는 직업적 고충에서 해방되기는 어렵다. 나아가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법무사 등 소송대리권의 입법추진에 현 상태에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내세워 방어벽으로 삼기 힘들다. 더 나아가 ‘전관·연고변호사’보다 ‘전문변호사’를 찾는 신풍 진작에도 차질을 준다. 우리 힘 합쳐 법조 전문화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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