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나온 후,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지도자들의 허위 레토릭(EU에 대한 영국의 분담금을 EU로부터의 보조금 언급 없이 부풀렸고, 추후 EU와의 무역조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봉쇄할 수 없는데도 이를 오인시킴)이 드러나고, 재투표를 청원한 영국인이 370만명에 이르고 후회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

그 충격은 시간이 가면서 완화되겠지만, 추락된 영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대외 신뢰도,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분리문제 등 갈등이 예상되고, 정치지도자에 대한 불신감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영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필자는 EU가 비록 경제적 동기에서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역사적 갈등과 전쟁을 극복하고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간 것에 지지하며, 영국의 투표결과에 우려하면서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영국은 민주주의, 산업혁명, 법치주의의 대명사였다. 의회민주주의가 영국에서 탄생하였으며,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보통법(common law)과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로 상징되는 ‘법치주의’는 추후 식민지였던 미국을 부흥시킨 원동력으로서 전 세계에 확대되었다. 아마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로서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혜택은 보통법 전통과 법의 지배일 것이다. 그것이 연방헌법이라는 최초의 현대헌법과 권력분립주의(separation of powers)를 탄생시켰고, 전 세계에 입헌주의(constitutionalism), 사법부의 독립(judicial independence), 헌법재판(judicial review)을 확대시킨 배경이 되었다.

그런 영국에서, 가장 민주적이라고 보이는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한 정책결정’이 찬성한 국민까지 실망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실은 ‘복잡성’이 존재하는 사항을 ‘단순화’시켜 이해하고, 찬반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대중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또한 정치지도자들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식으로 포퓰리즘으로 대중에게 어필할 때, ‘민심은 천심’을 드러내는데 실패하기 쉬운 것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그러한 정책을 의회에서 의원들이 투표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가 바닥은 아니겠지만, 영국 또한 양극화된 계층 갈등과, 포퓰리즘에 치우치는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해서, 대중들보다 ‘지혜로운 대변자’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회계급의 차별에 대해 평등으로, 군주주권에서 국민주권으로, 억압에서 자유로, ‘신분에서 계약으로’ 역사를 발전시켰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말했듯이 평등과 민주주의의 진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가 경고했고, 그전부터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했던, 우중민주주의의 요소는 늘 아킬레스건이다.

국가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와 정치제도를 갖게 되지만, 투표행위 자체에 존재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가능성은, 인간의 선택이 반드시 이성과 합리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감성과 출신배경과 여론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에서 밝혀져 왔다.

대중민주주의가 정치가들의 레토릭에 의해서 쉽게 조작될 수 있는 위험성이 늘 지적되어야 한다. 자유주의(liberalism)가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로서 ‘자유 우선의 민주주의’를 강조하게 된 것은 역사적 발전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문법’으로 하는 현대헌법과 국가시스템의 구조를 불확실성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로 분배와 사회적 정의를 달성하기 어렵지만, 분배를 내세운 국가권력과 관료제의 확대, 자원의 심각한 낭비는 상상을 불허한다. 자본주의로 인한 계층 갈등의 확대와 이를 이용한 정치지도자들, 그리고 현안 이해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중의 민주주의(보통선거)가 뒤섞여있다. 문제는 자유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조화시킬 ‘이념’과 ‘접근방법’의 허약성이다. 이는 밀려오는 파도에 돛단배처럼 갈수록 풍전등화를 초래할 것이다.

편리와 간편함을 주는 핸드폰을 작동시키는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이 존재하듯이, 한 국가와 민주주의를 내실화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복합적 이념과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사례를 우리는 영국 브렉시트 사례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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