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째 모니터 앞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결석도 없이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고 과제도 아주 잘했는데 시험 점수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학점을 주면 C학점 이상 나오기 힘든 상황인데 그 학생을 생각하면 최소한 B학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각 학점별로 부여할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고 이를 초과하면 아예 입력이 되지 않는 시스템인지라 그 학생의 학점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의 학점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C학점을 주었습니다. 이제 곧 성적 확인 기간인데 저를 원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개업을 한 이후 변호사 고유의 소송업무 이외에도 징계위원, 심의위원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이 되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최대한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회사에 매여 있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맡았던 모든 일이 나름대로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했던 일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대학에서의 강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올해 1학기에 처음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기에 강의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었고 재판이라도 겹치는 날에는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준비하면서, 또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모르던 부분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저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들의 심정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건수임의 걱정에서 약간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개업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좋은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사건을 수임하면 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고, 시간 조절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 등 변호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했고 다행히 시험에 합격을 하여 변호사가 된 것 뿐인데 그 자격증 하나만으로 사회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에 당장은 힘들겠으나 조금 더 경력이 쌓이고 여유가 생긴다면 그동안 이유 없이 받았던 것들에 대한 보답을 꼭 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