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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쿠르디와 IS
이유정 중앙일보 기자  |  uuu@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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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호] 승인 2016.06.27  09: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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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유엔난민기구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난민은 6530만여 명이다. 이는 보고서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라고 한다. 한국 인구보다도 많다.

국내 난민 신청자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난민 인정 심사와 관리를 맡고 있는 법무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난민 심사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이 줄을 잇다보니 법원도 재판 부담이 폭증했다.

법무부는 국경을 높이는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다. 인천공항 등 출입국항을 통해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예비 심사에서 탈락시켜 입국을 거절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든가, 인천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지내며 불복 소송을 벌여야 한다.

나는 지난 4월 말 이런 이유로 송환대기실에서 최장 6개월 간 지내 온 시리아인 28명에 관한 보도를 했다. 이들이 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난민 심사 불회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이중 19명이 최근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인권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제 위상을 고려할 때 최소한 난민 심사 기회는 줘야 한다”고 설시했다.

취재를 하며 고민했던 점이 있다. 해당 기사가 ‘난민들을 무조건 많이 정착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읽힐까봐였다. 난민 수용 문제는 어쨌거나 국경을 개방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간단치 않다. 그런데 송환대기실은 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100여명이 의식주를 해결한다. 난민 수용 여부를 떠나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컸다.

취재 과정에서 난민에 관한 국내의 법률적 논의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일례로 한국은 난민법을 제정해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난민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일련의 변호사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중 한 변호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이 바로 난민들이 세운 나라예요. 일제시대 때 주변 국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탄생하지 못 했을 겁니다.”

앞으로 더 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국내에 몰려들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생겨나거나 제도를 악용해 테러리즘이 스며들 수 있다. 하지만 범죄와 테러는 그 자체로 난민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테러 문제는 이미 전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국제 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난민에 관한 국내 여론이 아일란 쿠르디(지난해 사망한 시리아 난민 아동) 아니면 이슬람국가(IS)로 양분된다는 것이다. 이는 발전적인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 정부와 언론의 잘못이 크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면 이 또한 아프게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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