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는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보도지침을 작성·시달하였는데 이러한 보도지침은 1986년 해직된 언론인들이 폭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지침을 포함한 모든 언론에 대한 내용은 대통령 정무비서실에서 결정하였다고 하니 당시 정부는 검열을 넘어 언론의 제작까지 전담한 셈이 된다. 보도지침이 세상에 알려지자 검찰은 이를 폭로한 언론인을 국가보안법위반죄 등으로 구속 기소하였으나 위 언론인들은 199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보도지침 사건’은 최근 연극으로 재구성되었다. 연극 ‘보도지침’의 연출자를 10여년 이상 알고 지내왔다는 이유(?)로 사건의 전말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연극도 꼭 흥행하길 빌었다. 관람후기를 보니 연극에서의 증인신문절차, 최후변론은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을 가진 자의 언론 통제 욕구는 강렬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발 없이 천리를 가는‘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IT산업의 발전으로 SNS는 새로운 여론 형성 창구로 빠르게 성장해왔고 특히 증권사 직원, 기자 등 정보 시장 접근도가 높았던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에서 출발했다고 하는‘찌라시’는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비록 정제되지 않은 내용의 유출로 많은 병폐를 낳고 있긴 하나 이젠 누구나 정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 하락, 정부의 언론 통제에 대한 반감으로 더욱 발전했다고 하는 ‘SNS 찌라시’가 일종의 보도지침에 해당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를 하락시키는 사건이 발생하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연예·경제계 사건 관련 찌라시를 유포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역학관계가 흥미롭다가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밤늦게 연극‘보도지침’을 생각하면서 손이 가는대로 타이핑을 하다 보니 집필의도를 가늠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스마트폰으로 보는 찌라시가 보도지침이 아니길 하는 바람만은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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