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인을 하는 이발사와 인육파이를 만드는 가게라는 엽기적인 소재를 다루는 이 작품은 스릴러 뮤지컬의 효시로 꼽힌다. ‘스위니 토드’는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이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수차례 공연되며 오랫동안 관객들과 만나왔고, 2008년에는 조니 뎁이 주연한 동명 영화로도 선보였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런던 영국 귀족 문화는 정점에 달했고, 상인들이 산업혁명을 통해 더욱 부유해지고, 권력층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스위니 토드는 권력자 판사에게 휘둘려 부당한 이유로 가족을 빼앗기고 인생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나뉘어 있는 계급사회,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 안에는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의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작품이 기괴하고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멜로드라마 형식을 띄지만 비극의 형식을 결합시키고 스릴러와 희극이 혼재하는,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극 중 잔인한 살인을 하지만 보통의 스릴러처럼 긴장감에 빠지지 않게 하는 유머 코드가 작품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 중 분노가 폭발해 살인마로 변한 후, 시체로 파이를 만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장면, 변호사로 만든 파이는 너무 비싸다는 등 풍자로 가득한 내용의 노래와 인육파티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순간, 스위니 토드의 날카로운 면도날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여름에 어울리는 공포 소재도 매력적이지만, 그 이야기를 완성시킬 전대미문의 화려한 캐스팅이 한층 더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조승우와 양준모는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추방당한 뒤 15년 만에 돌아온 비운의 살인마 이발사 스위니 토드 역을 맡았고, 스위니 토드에게 연정을 품고 그의 복수를 돕는 파이가게 주인 러빗 부인 역에는 옥주현과 전미도가 더블 캐스팅돼 살벌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은 스위니 토드를 불운한 피해를 받은 한 개인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로 파악한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시화의 문제, 빈부격차, 그리고 권력자들의 위선을 비판하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여질 만큼의 극악무도한 범죄가 난무하는 지금,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그 괴물들이 단지, 개개인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한번쯤 되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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