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는 A 전 대전고법원장의 대형로펌 취업을 승인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리위는 A 전 법원장이 퇴임 직전 5년 동안 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업무만 담당하였고, 일부 재판을 담당한 기간에도 해당 대형로펌이 수임한 사건에 관여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 대상자인 법관의 취업제한규정은 취업심사 대상자가 대형로펌에 취업하여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재판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윤리위의 판단은 공직자윤리법을 잘못 해석한 결과로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여 전관예우를 근절시키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와 목적에 배치된다.

윤리위는 취업제한여부의 확인 및 취업승인 등을 심사·결정하고(공직자윤리법 제9조 제1항 제3호), 취업심사 대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연간 외형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 등 취업제한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으나 관할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취업이 가능하다(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 제3호,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대법원규칙 제34조 제2항 제2호 가목 등).

공직자윤리법상 ‘업무의 밀접한 관련성의 범위’는 취업심사 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가 취업제한기관이 당사자이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의 수사 및 심리, 심판과 관계되는 업무 등을 의미하고(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2항 제7호 등),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 등 재산공개 대상자인 취업심사 대상자의 경우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하였던 기관의 업무가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의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3항 제1호, 동법 제10조 제1항 제5호 등). 소속하였던 기관의 업무 중 재판업무의 경우는 취업심사대상자가 소속하였던 재판부의 업무를 기준으로 정하되, 기관의 사법행정업무를 전담하거나 겸하였던 취업심사대상자의 경우 그가 소속하지 않았던 재판부의 재판업무는 기관의 업무에서 제외한다(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대법원규칙 제34조 제4항 제2호).

A 전 법원장은 대전 고법 제3행정부 재판장을 맡아 재판을 담당하였다. 그러므로 윤리위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법령을 무시한 위법한 판단이다.

한편, 윤리위가 취업승인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대법원규칙 제37조 제3항 각호에 나타나 있고, A 전 법원장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제8호이다. 법 제17조 제3항 또는 제5항에 따라 업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퇴직공직자로서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관에서 처리한 업무의 성격·비중 및 처리 빈도와 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A 전 법원장이 사법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재판 업무를 거의 하지 않은 점은 처리한 업무의 성격·비중 및 처리 빈도에 대한 고려 요소이다. 따라서 A 전 법원장이 취업할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을 고려해야 하는데 업무의 성격에 대한 윤리위의 판단은 없다. A 전 법원장은 재판을 담당했던 법률가이고 취업한 기관이 법무법인이므로 취업할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면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할 수 없다.

윤리위는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부 재판을 담당한 기간에도 해당 대형로펌이 수임한 사건에 관여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앞뒤가 바뀐 판단 방법이다. 과거,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은 법령을 무시한 판단이다.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

법원장 등 재산공개 대상자인 취업심사 대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관’의 업무를 기준으로 업무의 밀접 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3항 각호). 법원장 등 재산공개 대상자인 취업심사 대상자의 경우 소속 기관인 법원 업무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관’의 업무를 기준으로 업무의 밀접 관련성의 범위를 인정하려는 것이 공직자윤리법의 태도이다. 윤리위의 판단은 관련법규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전관예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칙을 강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위는 해석으로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하여 법규정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금의 법원 인사 시스템상 법원장 순환보직제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A 전 법원장과 같이 사법행정업무만 5년 동안 연속하여 담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이례적인 사안이라 하더라도 공직자윤리법은 입법 목적에 맞게 해석 적용되어야 한다. 윤리위의 A 전 법원장에 대한 취업승인은 결국 전관예우를 조장하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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