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한국-유럽연합 FTA에 따라 법률시장 3단계 개방
영국로펌과 합작법무법인 설립 가능… 송무 업무 등은 제외
변협 “해외 인턴십 등 국제경쟁력 제고 위한 지원 강화할 것”

EU에 대한 법률시장 완전 개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것으로, 지난 2011년 7월 FTA 첫 발효 후 5년 만이다.

법률시장 개방은 단계적으로 이행됐다. 2011년 1단계 개방으로 외국변호사에게 외국법에 관한 자문과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개설이 허용됐으며, 2013년 2단계 개방에서는 국내외 법이 혼재된 법률사건에 대한 공동수임, 사무처리 및 수익분배가 허용됐다.

이번 법률시장 3단계 개방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영국로펌은 국내로펌과 공동으로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합작법무법인은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외국법 사무와 일정 범위의 국내법 사무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합작법무법인 설립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로펌 모두 3년 이상의 운영경력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 5인 보유 △선임 외국법자문사 수가 선임 변호사 수를 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외국대사들이 “외국로펌의 지분율 및 의결권 49% 제한, 운영경력 요구 등 외국로펌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제약이 지나치다”며 국회에 항의 방문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외국법자문사 증가하고 있어

대한변호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등록돼 있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미국로펌 21개, 영국로펌 5개로 총 26개다(2016년 6월 15일 개설기준).

한국에 진출해 있는 영국로펌 중 하나인 클리포드 챈스는 2016년 1분기 국내 M&A 법률자문 분야에서 1억 200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이끌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외국로펌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법무법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링크레이터스, 스티븐슨 하우드, 알렌 앤 오버리 로펌이 진출해 있다.

외국법자문사 중 원자격국별로는 미국 변호사가 75명으로 제일 많고, 영국 18명, 호주 3명, 프랑스 1명으로 총 97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2년 34명이던 외국법자문사 등록자는 2016년 현재 117명으로 3배 넘게 증가했으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는 12월 호주와의 법률시장 2단계 개방을 앞두고 올해에만 호주 변호사 3명이 등록신청을 했다(법무부 자료, 2016년 6월 2일 기준).

미국, 호주와도 2017년, 2019년 각각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어 외국변호사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법자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변호사 활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변호사 자격취득자’는 변협 징계대상인 회원이 아니므로, 기업 또는 국민이 이들에게 피해를 입을 경우 권리구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로펌, 경쟁력 키워야”

일각에서는 법률시장 완전 개방에 따라 상당수의 국내 중·소형 로펌들이 외국 로펌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의 경우 1998년 법률시장 개방 이후 영미계 로펌진출로 자국 로펌이 흡수·합병되면서 현재 5대 로펌 중 토종로펌은 1곳에 불과하다.

강남의 A변호사는 “다국적 대형 로펌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우수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공격적 경영을 펼치게 된다면 국내 토종 로펌들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국내로펌도 기업이 인정하는 전문성을 갖추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걱정은 기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이번 법률시장 개방은 사실상 외국로펌과의 제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하더라도 국내 변호사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송무, 공증 등의 업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법률시장 개방이 청년변호사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합작법무법인 취업을 통해 송무 외에 평소 접하지 못한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뿐더러 외국로펌의 사건처리 노하우도 배울 수 있어서다.

대한변협은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여 지난 2014년부터 법무부와 함께 청년변호사 해외진출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국제법무지식과 노하우 등을 전하고 있으며, 수료자에게는 외국 로펌, 국내 로펌 및 기업의 해외사무소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하창우 협회장은 “국내 로펌은 유럽 법률시장 진출이 어려운 반면 국내 법률시장은 외국계 로펌에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법률시장 개방으로 국내로펌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는 만큼 국내로펌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협 또한 국내변호사의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지원, 각국 법률시장 정보제공, 변호사 연수 강화 등 해외진출 지원활동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며, 외국변호사와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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