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벌인 삼성가의 이숙희 씨를 포함하여 이맹희 씨가 생전에 이건희 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회복소송은 소가(소송목적의 값)가 무려 4조원에 이른 세기의 대소송이었다. 그가 부담한 제1심 인지대만 127억원에 이르고, 항소심에 이르러 인지대 때문에 패소부분 110억원에 한하여 일부항소하였다가 1조원으로 항소취지를 늘림으로써 44억원의 인지대를 더 납부하였다. 인지대 부족으로 일부청구는 흔하지만, 일부항소, 일부항소의 일부항소취지확장이란 흔치않은 사례가 나와 민사소송법 이론의 재구성이 필요하게 되었거니와 이 막대한 인지대 등 소송비용 때문에 그가 죽은 뒤 채무가 쌓여, 상속인들이 보통사람이 하는 단순상속이 아닌 한정상속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고액 인지대의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한다.

인지대는 1000만원 미만의 경우는 소가×5/1000, 고액체감으로 10억원 이상은 소가×3.5/1000가 된다. 2심은 1심의 1.5배, 3심은 2배, 전자소송에서는 10% 감액이다. 인지대가 무거워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하여 헌법소송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자력이 부족한 자를 위해서는 소송구조제도가 있어 인지부담 없이 소권행사 할 수 있고, 현행인지제도에 의하여 제한되는 재판청구권과 그에 의하여 추구되는 남소방지의 공익 사이에는 상당한 비례관계가 있다하여 과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93헌바10, 95헌가1). 이렇듯 소가에 비례하여 체증하는 현행인지제도는 독일·일본 등 대륙법계의 계수로 입법형성권의 한계 내라 하여도 소송의 대형화·집단화하는 이때 법원이 지나치게 인지대를 많이 챙겨 그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입법적인 대안으로는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미국제도이다. 미국은 소가의 다과를 막론하고 연방법원의 경우에 제1심은 350불, 제2심은 450불, 제3심은 사건이송명령신청시(writ of certiorari)에 300불, 명령이 나면 약간 더 납부하는 균일시스템이다. 뉴욕주 법원은 1심은 균일 200불이다. 법원문에 장벽이 없어 연간 1800여만건이 접수되는 부작용으로 소송천국이 된다고 하니 이를 따를 수는 없다.

둘째로, 수수료 무료제이다. 헌법소송, 행정심판, 행정조정절차 등에서는 심판수수료인 인지대가 없다. 이는 심판제도 이용자부담의 면제 대신에, 제도이용을 하지 않는 일반국민에게 적지만 부담이 전가되는 결과로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반하므로 그것도 따를 것은 못된다.

셋째로, 특수소송이다. 조세체납처분의 취소소송 등에서는 청구금액의 1/3을 소가로 하고, 소가상한을 30억원으로 정하여 인지대를 부과하는가 하면, 제도권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에서는 인지대가 통상 소송의 1/2, 5000만원을 넘어설 수 없게 하고, 소비자·개인정보단체소송에서는 소가를 1억원으로 간주하고 인지대를 경감시킨다.

마지막 방안에 공감이 간다. 같은 금전청구에서 세금소송만 우대할 이유는 없다. 또 인지대의 특혜를 증권관련집단소송 등에서만 국한시키고 대중이 많이 활용하는 일반 집단소송에서 외면할 근거도 없다. 따라서 민사소송일반에 인지상한제(Ceiling)를 확대시켜, 큰 사건에서 버거운 인지부담을 덜어 법원에 보다 쉬운 접근의 길을 트는 제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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