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등 정부기관, 유해물질 사용 알고도 묵인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옥시 등 기업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유해 화학 물질에 대한 대처 권한이 있는 환경부 등 정부기관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회는 “정부 어느 기관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관련 법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공산품 안전 관리법에는 각각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유해화학물과 관련한 대처 권한이 명시돼있다.

서울회는 특히 환경부의 대처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9조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수입하려는 자는 해당 화학물질이나 성분이 유독물질, 제한물질 등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독성시험 성적서 제출을 생략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됐다.

참사 이후 환경부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회는 환경부가 “살균제의 주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인산염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는 줄 몰랐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화학물질의 유통량 조사와 유해성 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환경부의 2005년 용역보고서 ‘가정용 바이오사이드 제품의 관리방안’과 2006년 용역보고서 ‘유해물질 용도별 분류체계 확립’에는 “PHMG 인산염은 신규 화학물질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노출이 우려되는 가정용 제품 내 포함돼 있으며 유해성 심사를 받지 않은 성분”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PHMG 인산염은 외국에서 수영장, 정화조 청소 등에 쓰인다.

이어 서울회는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도 규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PHMG 제조업체 SK케미컬이 2000년경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용노동부에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해당 자료에는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공산품안전관리법상 안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서울회는 “행정부의 총체적 직무소홀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수사대상이나 징계대상에 오른 공무원이 없으며 정부 당국의 누구도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기관이 왜 법률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는지 그 배경과 경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회는 지난달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제조물책임법 개정안(백재현 의원 대표발의)과 소비자집단소송법안(서영교 의원 대표발의)을 국회에서 즉각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으나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입법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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