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정책연구원이 2015년에 조사한 법원과 검찰의 신뢰도는 11년전의 같은 조사와 비교해서 절반 넘게 떨어졌다. 경찰보다도 더 낮았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았다.

2015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신뢰도가 42개 국 중 39위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14년에 조사한 결과 사법부의 신뢰도는 11개 주요 기관 중 2년 연속 10위였다. 설문내용이나 조사방법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겠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데 신뢰도가 낮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도가 낮다는 일정한 경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신뢰가 떨어지면 수사나 재판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이 낫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원인을 결과와 절차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에는 법원이나 검찰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평가하였을까?

일반 국민은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을 보면서 사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판단하게 된다. 여론의 관심을 끄는 사건들은 주로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사건, 노동사건, 긴급조치, 재벌비리와 같이 정치권력, 고위공직자, 자본권력이 관련되어 사회적인 영향이 큰 사건들이다. 그런 사건에서 다수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거나 약자에 불리한 결론이 내려지면 전체 사법의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나 할까.

최고사법기관의 비민주적 구성과 전관예우의혹에 따른 사법정의의 왜곡도 관련되어 있다. 강자에 약할수록 반작용으로 약자에게는 엄격하거나 엄격하게 비친다. 강자에 대한 느슨한 법적용과 약자에 대한 가혹한 결과가 대비되면서 법은 누구 편인가, 누구에게 유리한가를 묻게 된다.

재판이나 수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절차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다. 모든 국민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상 권리가 현실에서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절차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사법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무가 많아서 사건 관계자의 주장을 경청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있다. 업무과중문제는 근무지역, 사건의 종류, 보직 등을 고려하여 업무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조치를 먼저 밟을 필요가 있겠다. 본연의 기능과 무관하게 외부에 파견하는 인력도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 검찰은 경찰 수사권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행사를 담보로 수사기능의 상당부분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 비현실적이거나 중복되는 권한을 잔뜩 쥐고 내놓지 않으면서 업무가 많다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

그래도 업무가 과중하다면 판사와 검사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 업무가 많다고 그로 인한 불이익과 짜증을 왜 주권자가 감당해야 하는가? 국민은 공정하고 친절한 사법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하다면 기꺼이 인력증원에 동의할 것이다.

사법불신은 법치주의의 위기다. 국민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사법기관은 심각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증요법에 의존하여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잠시 피하려고만 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날아올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지 말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신뢰를 조금씩 쌓아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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