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러 가지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변호사의 수임도 이러한 인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고등학교 동문, 대학교 동문, 동네 친구가 사건을 아는 변호사에게 맡기고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수임해서 자신의 직업적 가치를 실현한다. 그런데 변호사법 제30조는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을 위하여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緣故)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그 표제가 ‘연고 관계 등의 선전금지’인 이 조문은 연고라는 단어에 천착하면 사전적 의미의 일체의 연고가 문제된다.

사전적 의미의 연고는 ‘혈통(血統), 정분(情分) 또는 법률 따위로 인연을 맺은 관계’를 의미하며, 인연(因緣)이 유의어이다(인터넷DAUM 사전). 우리가 살면서 맺고 있는 모든 인연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해서 사건 수임에 활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로 이 조문이 문제되는 것은 전관변호사와 재직 중인 공무원과의 관계를 상정하는 것이다. 즉 전관변호사가 공무원으로 하여금 자신과 맺고 있는 사적인 관계 때문에 그 변호사나 그 변호사가 대리(변호)하고 있는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법과 원칙대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특정인, 즉 잠재적인 의뢰인에게 연고관계를 과시하면서 알리는 행위를 변호사법 제30조는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30조는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사적 관계를 과시하여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수사관, 국가정보원과 군검찰 등 일체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같은 직장에 근무하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전관예우는 오랜 시간 우리사회의 구시대적인 병폐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법조에서의 전관예우뿐만 아니라 공무원사회의 전관예우, 기업에서의 전관예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과 원칙이 아니라 특정인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일의 처리 및 결과가 좌우된다는 믿음이 형성되어 있다. 실제 사건을 상담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사건의 처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고는 결국 법원전관, 검찰전관, 공무원전관을 찾아야겠다고 하는 경우들을 보고 듣게 된다.

일반인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단순한 환상인지, 아니면 실체가 있는 것인지를 논하기 전에 변호사가 의도적으로 사건의 수임을 위해서 특정인에게 연고관계를 과시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변호사법 제30조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달성하면 전관예우는 상당부분 신화에 그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드러나면 이런 믿음은 특정변호사가 아닌 전체 변호사 사회를 좀먹는 일이 될 것이다. 변호사법은 제30조 위반행위에 대해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30조를 위반하는 행위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의한 징계의 대상이 된다. 한편 변호사윤리장전 제20조 제2항도 변호사는 의뢰인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사건을 그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설명하거나 장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법 제30조 위반이 같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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