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신문 어떻게 제지하죠?"…즉시 이의제기해야
"진술거부권 또는 접견교통권 행사도 가능하다
변협, 피의자신문참여 질의응답 담은 매뉴얼 발간

대한변협이 피의자신문참여 과정에서 변호사가 제공할 수 있는 조력범위에 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참여 과정에서 자주 겪는 문제점에 대한 질의응답을 담은 ‘피의자신문참여 매뉴얼’을 발간·배포한 것이다.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은 피의자와 변호사 모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등에서는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불명확하고 애매한 사유를 이유로 들며 이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간 변협은 변호인참여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성명 발표, 변호인참여권 활성화 방안 연구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이번 매뉴얼은 전국회원 대상 설문조사, 토론회, 관련 연구 등의 결과를 취합해 발간된 것으로, 실제 수사에 참여하는 변호인에게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자 피의자신문 참여 전과 후, 신문 과정 등 단계별로 변호인이 가질 만한 의문에 대해 답변을 제공하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번 호에서는 매뉴얼에 담긴 대표적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신은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 설명해야

일반적으로 피의자들은 ‘진술거부’와 ‘부인·부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술거부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고, 부인·부지는 ‘내가 안했다’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경우 변호인은 신문 참여 전 피의자에게 둘 중 본인이 어떤 진술을 희망하는지 파악해 명확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줘야 한다. 종종 피의자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따라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은데,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모두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만큼 이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면 된다.

“수갑 풀고 진술하면 안 될까요?” 피의자의 권리, 어디까지 인정될까

변호인은 피의자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조력을 위해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구속사건일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호장비를 해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상녹화도 거부할 수 있을까? 현행 규정상 참고인은 영상녹화를 거부할 수 있지만, 피의자의 경우는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임의수사 원칙을 고려할 때 피의자의 경우도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피의자가 거부의사를 밝히면 영상녹화를 할 수 없다.

변호인은 신문 중이라도 수사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변호인이 조사과정에서 의견을 진술한 경우 검사는 그 내용을 조서에 기재하고 변호인에게 보여주거나 읽어줘야 한다. 또 수사기관의 신문사항에 대하여 피의자가 나름대로 유리한 진술을 하는데도 수사기관이 이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 변호인은 즉시 기재를 요청하는 의견진술을 하거나 조서 확인 과정에서 보충기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변호인은 수사기관이 부당한 신문을 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 즉시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를 제기할 시에는 신문방해, 수사기밀 누설행위 등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이의를 제기하되,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거나 의견진술을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진술거부권 또는 접견교통권 행사의사를 밝히고 조사실 밖에 나와 피의자에게 조언을 제공하면 된다.

“메모가 기밀누설이라고요?” 기억환기 위한 간단한 메모는 가능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메모는 조사 종료 후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내용이 피의자의 진술내용과 맞는지 대조하고, 피의자가 증감·변경청구 등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9조의2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21조에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이 있을 때에는 피의자신문 중이라도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기록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법적조언을 위하여 변호인이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하는 간단한 메모는 제외한다’는 예외규정도 명시하고 있다. 예외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간단한 메모’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변호인의 메모행위를 제지하거나 제한하여 사실상 메모를 금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대법원 판례도 변호인의 메모는 물론 피의자도 메모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은 당연히 메모할 수 있으며 피의자의 메모를 금지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것이다(국가인권위원회 2014. 2. 12. 13진정0573200 결정)”라고 결정했으며, 대법원도 2007년 “피의자가 조력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도 변호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능동적이되 적절한 방법으로 조언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30자 2007모26 결정)”고 결정한 바 있다.

피의자신문참여 매뉴얼을 받은 서초동의 모 변호사는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면 의뢰인의 대각선 뒷자리에 앉아 피의자신문 과정에 참여했는데, 매뉴얼에 기재된 대로 옆자리 앉아서 당당하게 메모하고 불합리한 조치에 적극 대응해야겠다”고 전했다. 

변협, 형소법에 변호인참여권 보장하는 근거규정 마련할 것

변호인참여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검찰사건사무규칙(법무부령)’ 및 ‘변호인 접견·참여 등 규칙(경찰청 훈령)’,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등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12조 제4항과 변호인의 참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의 시행을 위해 제정된 하위규정이다. 또한 검찰 내부지침인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은 법규성이 없다.

하창우 협회장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런 법률적 한계때문에 수사기관이 수사상 편의를 우선으로 피의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규칙이나 규정, 내부지침 등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관점에서 피의자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석돼야 한다”면서 “형사소송법에 변호인참여권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을 포함하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신문참여 매뉴얼’은 회원전용 홈페이지(biz.koreanbar.or.kr)-게시판-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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