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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참관기(3)]북한 내에서도 인권운동가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줘야 한다
황용환 변협 사무총장  |  yong23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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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호] 승인 2016.05.16  0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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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4일차인 16일의 주요 일정은 각국의 대표들(중국, 러시아, 쿠바, 수단)을 만나는 것이었다. 북한인권 문제 결의안에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 국가들이었다.

중국, 쿠바, 수단, 러시아 대표부 면담

멕시코, 스위스 대표부를 만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중국 대표부는 신원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으며 사진촬영도 거부하였다. 국가 간 체제와 국제외교관계, 문화 차이가 면담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 했다. 중국 대표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이 결국 북한 주민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전하였다. 중국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며, 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변협에서 전달한 북한 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본국에 보고할 것을 약속했다.

쿠바 대표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양측(북한과 남한) 의견을 다 들어보겠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우리는 쿠바, 수단 대표부에게도 우리가 준비해 간 보고서를 전달하고 상황과 견해를 피력하였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러시아 대표부와의 면담이었다. 러시아의 기본 입장은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하여 러시아는 북한과 대화하여야 하며, 북한 문제를 인권이사회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북한인권 문제가 북한뿐 아니라 자국과 다른 국가들 간 국제정치 사안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듯하였다. 우리는 이에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주 임금직불 원칙과 북한 감독자의 추방을 주장하면서 북한과의 관계에는 대화뿐 아니라 압력 역시 병행해야 함을 설파하였다.

일정을 전부 마치고 제네바 시내로 가자 레만 호가 바로 보였다.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레만 호의 드넓은 광경을 보고 있자니, 새삼 이곳에서 국경의 의미가 우리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배나 비행기를 통하지 않고서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한반도의 상황은 고립된 섬에 가깝다. 그런 우리에게 국경이란 서로 자유롭게 오고가며 넘나들 수 있는 나라 간 경계가 아니라 굳게 가로막힌 철벽에 가까운 개념이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해외를 나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몸은 제네바에 있지만, 한반도에서 우리가 살아온 시공간이 내가 보는 풍경 속에 중첩되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자유로움, 홀가분함이 모두에게 허락되는 순간이 언제쯤 도래할 것인가.

방글라데시, 벨기에, 조지아 대표부 면담

5일차인 17일은 공식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다. 방글라데시 대표부와 벨기에, 조지아 대표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북한인권문제를 위한 국제공조가 좀처럼 쉽지 않겠다는 사실은 단순히 국내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볼 때와, 외부에서 국제관계 하에서 북한을 바라볼 때 각국들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 북한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방글라데시 측에서는 양자관계가 모두 중요하다고 오히려 우리에게 그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다만 북한인권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변협 고유의 법조인 시각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에 대한 반응을 분리해야 한다던 발언이었다. 북한 정부는 주권국가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방글라데시 측의 설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권은 인류 보편적인 문제이므로 북한 주민이 받는 고통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하나 그 원칙이 대화여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현재 인권이사회의 투표 패턴에는 정치적인 부분들이 작용하고 있어 방글라데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해결방법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들을 발견하면서 결국은 여러 국가 간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다시 한번 느꼈다.

제네바에서 활동하는 동안, 우리는 각국 대표를 만났을 때 북한인권문제의 특수성을 잘 설명하고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의 특수한 정치체제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으며 이처럼 북한 내에서 자체적인 사회적 집단 형성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한국정부와 NGO들의 활동이 필수적이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북한 인권문제를 더욱 다루기 어려우며 특수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다른 사회, 국가 체제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물론 현재 북한에서도 여러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시장경제의 발달로 여성의 지위가 전보다 상승하고, 외부에서 정보를 얻는 주민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향후 북한 내에서 인권운동가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으로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인권문제가 북한의 사회적 담론이 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짧게나마 며칠 동안 유엔본부를 드나들면서 매일 본 것은 유엔인권헌장이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이 명제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하여 절망하거나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형제가 겪는 부당한 고통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변호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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