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핵심인물 최 변호사 12일 구속, 검사 출신 홍 변호사도 소환조사 임박
변협, ‘제식구 감싸기’ 수사 우려해 특검 도입 주장…“법조계 자정 계기 삼아야”

지난 2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한 이후,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최유정 변호사를 전격 체포한 데 이어 홍만표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 대표의 원정도박사건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이 법조계 전방위 비리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 대표의 1심과 2심에 참여한 변호사만 20명이 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법원과 검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 또한 부장판사 출신으로, 정 대표로부터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통상적인 수임료 수준을 넘어 법원과 검찰에 대한 로비 자금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1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최 변호사를 구속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법조인이 구속된 것은 처음으로, 최 변호사가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변호사는 투자사기 업체인 이숨투자자문의 송창수 대표에게도 보석명목으로 50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변호사 선임계 없이 재판부를 상대로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4년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변호를 맡아, 경찰의 불기소 의견 송치, 검찰의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영향력을 행사한게 아닌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지난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서울국세청, 법조윤리협의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홍 변호사의 탈세 혐의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서도 홍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수임료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 대표는 “6억원가량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칼끝, 판검사 향하나

이렇듯 전관 변호사들의 개입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들의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이 비리사건으로 확대되며 법조계 역시 사건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운호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식구 감싸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변협의 특검 도입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강남의 A변호사는 “홍 변호사가 수사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압수수색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제외된 것은 검사장 출신 때문이 아니겠느냐”라면서 “특검을 도입해 철저한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서초동 B변호사는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건은 변호사가 타인의 궁박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 결과로 변호사 윤리 문제와 결부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변호사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C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증가하며 사건 하나당 수임료로 300만원도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같은 고액의 수임료 이야기를 들으니 박탈감마저 느껴진다 ”면서 “그러나 비리행위는 사법신뢰를 좀먹는 행위로 우리 법조계가 이번 사건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전했다.

 

전관비리 근절 노력 계속돼야

‘정운호 게이트’는 그간 전관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한 각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변협은 지난해 9월 전관비리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전관예우 척결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정 대표와 최 변호사의 수임료 반환 알력이 있고 나서야 세상에 드러난 것처럼 전관비리 사건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전관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중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된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도 판사와 변호사 간 특수관계 등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법원 직권 또는 신청으로 행하는 법관기피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원에 신청된 법관에 대한 제척·회피·기피 신청 인용률은 고작 0.0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부터 ‘연고관계 재판부 재배당’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두 차례나 재판부가 변경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 정책이 고법이나 다른 지법으로 확대되고 있지 않고, 이번 사건처럼 대규모 변호사단을 구성할 경우 기피에도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법원행정처, 대검찰청, 대한변협, 법조윤리협의회 등과 ‘법조브로커 근절 TF’를 구성하고 법조브로커 근절에 나섰다. 검찰 또한 올해 3월 전국 특수부장 회의를 열고 특수수사 중점 대상 중 하나로 법조비리 사범을 선정해 수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개인회생제도 브로커 등 법조비리 사범 377명을 기소하고 이중 120명을 구속한바 있다.

이 같은 법조삼륜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법조브로커를 통한 조직적인 행태의 법조비리는 더욱 적발하기 어렵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변협은 ‘정운호 게이트’의 수사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창우 협회장은 “그간 실체가 없다고 주장돼온 전관비리 문제가 이번 사건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며 “검찰은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를 계기로 법조삼륜이 법조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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