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법조게이트가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기업인과 전관 변호사 간 거액 수임료 다툼으로 촉발된 사건이 검경에 대한 전방위 로비, 재판부와 법조브로커의 유착,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들을 총망라한 대형비리사건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연루된 법조인 수만 해도 10명에서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운호 사건’은 수사부터 석연치 않았다.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도박사건을 수사한 뒤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다가 이후 다시 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의 횡령 정황을 확인하고도 도박혐의만 기소했을 뿐 아니라 항소심에 가서는 1심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했고, 보석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적의처리’ 의견을 냈다. 수사단계에서 정씨를 변호했다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수상한 일처리다.

또한 정씨의 항소심 첫 배당 부장판사가 정씨측 브로커와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기일 전 술자리를 한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재판단계의 로비정황도 의심되고 있다. 로비 성과와 관계없이 부장판사와 법조브로커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자체로 사법부 권위는 크게 실추됐다.

이 같은 사정은 모두 50억원을 받고 정씨의 항소심 사건을 맡기로 한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와 정씨 사이 수임료반환 다툼 덕에 드러나게 됐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수임료가 결국 전관 변호사를 통한 무차별적 구명로비를 위한 것이었음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다수의 선량한 변호사들은 허탈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봐왔던 ‘유전무죄’의 실체를 다시금 눈으로 확인한 국민의 실망감은 말할 것도 없다.

변협은 지난 2일 사건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관예우의 존재를 부정하며 법조비리에 엄정 대응하겠다던 검찰과 법원 수뇌부의 낯이 뜨거워졌다. 전관 변호사, 부장판사 등이 관련된 만큼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조속히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사건전말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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