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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참관기(2)]북한인권신장 위해 지속적인 네트워크 압박이 필요하다
황용환 변협 사무총장  |  yong23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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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호] 승인 2016.05.09  09: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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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대표부 면담, 회의참석

3일차인 3월 15일 첫 일정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스위스 대표부에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스위스 대표부는 대한변협이 북한인권문제를 법적 시각에서 분석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북한인권문제는 북한 지도자의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고, 현재 해외에 파견되어 있는 북한근로자들이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몹시 우려가 되는 상황임을 알렸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임금을 개별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북한감독자를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는 퇴임재판관 등을 포함하는 비공식 국제재판소의 구성에 관한 의견도 나누었다.

제31차 유엔인권이사회 ITEM4 General debate(NGOs) 참석

회의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연설로 시작되었다. 다루스만은 이번에 퇴임하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그동안 북한인권문제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설명하며 보고관 임무의 연장 필요성을 설파하였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 대표들은 그 필요성을 공감하였으며, 단지 시리아 대표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북한 내정에 간섭할 여지가 있고, 북한의 제도를 붕괴시킨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북한 대표부는 북한 당국이 인권문제에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은 했지만 이어서 6·25 전쟁시 미군들의 북한인민 20만명을 학살한 사례가 있었으며 일제 강점기 일본의 조선 강제 징용 건을 언급하는 등 결의안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였다.

이날 회의의 쟁점은(이날 뿐만이 아니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두고 다른 사안들과 함께 ‘인권’ 문제로 분류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인권’이라는 특수한 사항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있었다. 러시아, 중국, 시리아, 수단 등 대표단들이 이견을 제시하였던 것도 바로 이 사안과 깊게 관련되어 있었다. 역으로 북한에 대한 침해이며, 내정 간섭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정치적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이라는 특수한 정치, 사회적 체재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도가 연장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다루스만이 보고관으로 활동하는 동안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객관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방문에서 우리 대표단의 북한인권문제 현황을 알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터였다.

인권상황이 열악했던 5개 권역(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의 11개국에서 국제인권규범들이 수용된 과정과 인권정책이 개선된 상황을 실증 분석한 ‘나선형 5단계론’에 참조하여 본다면, 북한에서 인권 신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양자적, 다자적 네트워크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사회 내부에서도 인권규범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여러 단체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보하고 공론의 장을 국내외로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때 비로소 새로운 국내 행위자들이 등장하여 초국가적 네트워크들 간 지속적인 연계가 형성되고, 규범적 호소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번 대(對)유엔 활동 역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결의안을 통과시켜 국제적 압박을 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정치공간이 확장되면서 인권이 사회적 담론의 중심무대에 등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 내에 자체적으로 인권 운동가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이 분야에서 앞으로 우리 법조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산가족 관련 발표대회(side event)

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이산가족 관련 발표대회로 향했다. 발표가 이어지는 중간 중간에 이산가족에 관한 단편필름이 자료화면으로 상영되었다. 화면을 보는 동안 마음이 한구석에서 착잡해졌다. 내게는 그것이 제3자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과 궤적이 떠오르며 그 고통과 아픔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이산가족이라는 명칭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고, 또 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살아계실 적 아버지를 모시고 압록강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강 저편 바로 가까이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를 못하고, 눈으로만 한참을 더듬고 서성일 수밖에 없으셨던 아버지. 아흔 가까이 기다리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떠나실 수밖에 없었던 그 아픔.

가족이 서로를 만나고 자유로이 함께 사는 삶은 인간의 권리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기본권조차 담보될 수 없는 시공간에서 살아온 세대들의 아픔을 과연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북한 인권문제는 이토록 우리와 가깝고도 다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비극은 심화된 채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번 결의안에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가 배제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다루스만은 특별보고관의 권한으로는 결의안 작성에 참여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는 최근에 부각된 현안인 탓에 본격적으로 결의안에 포함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리란 전망이었다. 공식적인 보고의 언어로는 이토록 간명하게 표현되었지만, 고통을 체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 시간은 너무나도 긴 세월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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