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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일당
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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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호] 승인 2016.05.02  10: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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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은 일당은 2만9000원이었다. 수능시험을 치른 어느 주말, 친구를 따라 찾아간 식당이었다. 식탁에 흰 종이를 깔고 남도의 음식들을 날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 손님이 빠진 오후가 되자 아주머니들이 식탁 사이사이에서 낮잠을 청했다.

친구에게 들은 일당은 분명 3만원이었는데, 그날따라 주인이 1000원권 다발로 일당을 줬다. 주인 앞에서 세지 못하고 집에 와 봉투를 헤쳐 보니 아무리 봐도 29장이었다. 원래 잘못 받았다는 걸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군입대를 앞두고는 맥줏집에서 일했다. 두꺼운 도화지로 된 카드를 기계에 넣으면 출퇴근 시각이 기록됐다. 출근해서는 유니폼을 갈아입기도 전에 카드부터 넣었고, 퇴근할 때에는 유니폼을 다 벗은 뒤에야 카드를 찍었다. 폭설로 손님이 딱 셋 온 날, 사장은 “일당만 샌다”며 ‘알바’들을 일찍 퇴근시켰다.

3000원이던 시급은 둘째 달부터 3100원이 됐다. “다른 애들한텐 말하지 마라. 너는 성실하고, 전표 장난 안 치니까…” 은밀한 동맹이 오래 가진 못했다. 한 손님이 깨진 잔으로 술을 마셔 입술을 다쳤다며 항의하자, 사장은 다짜고짜 가까이에 있던 내 뺨을 올려붙였다. 내 실수가 아님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최근 만날 수 있었던 법원의 한 어른은 80년대 뚝섬 즉결심판정에서 일하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인생의 풍경이 거기 다 있더라”고 했다. 소액절도, 무전취식, 폭행…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던 사람이 다음날 또 와서 서 있었다. 판사를 향해 “맘대로 해!” 고함치는 이도 있었다.

낚시용품과 멸치액젓 따위를 훔치는 이들의 일당 시세는 대개 2만5000원 선에 형성돼 있다. “5만원 벌금, 못 내면 노역장 이틀” 처분이 일반적이란다. 몸값은 야구장이나 M&A 업계에만 있지 않다. 전두환의 둘째 아들은 수십억대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는데, 노역장 일당이 400만원이다.

여성, 사고 당시 24세10개월 남짓.

2011년 1월경의 도시일용노동 노임은 1일 7만2415원이다.

망인의 대학 졸업예정일 다음날인 2011년 3월 1일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월 22일씩 노동, 2011년 3월 1일부터 2045년 7월 31일까지 413개월(월 미만은 버림)….

2010년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의 판결문에는 이런 일당 계산이 적혀 있다. 미래의 능력을 현재 시점에 끌어당긴 그녀의 일실손해액은 2억원을 좀 넘는다. 곱하고, 더하고, 호프만 계수 적용… 근거가 꼼꼼히 덧붙여져 있지만 이 일당이 사실 다 무슨 의미일까. 판결문에는 “경찰관들이 스타렉스 차량을 용의차량 측방으로 근접해 정차했을 경우 검거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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