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에서 숨어들듯이 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직분 아닌 직분을 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근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의 직분이다. 학교폭력이 워낙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다보니 관련법상 자치기구가 꾸려지게 된 것인데, 이 일을 맡은 2년여 동안 내가 느낀 것은 바로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폭력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은 맞지만, 정작 싸움이 난 뒤 아이들끼리는 화해하고 잘 지낼 것 같은데, 부모님들의 감정이 격해져 점점 일이 더 커지기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른들의 경우에도 목격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시시비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학급 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사건의 경우에는 더욱 그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렵다. 게다가, 우리 아이가 받았을 피해,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아이가 받아들일 사회현실, 이로 인한 불안감과 좌절감, 재발의 우려 등을 걱정하다 보니 학부모간에 감정이 격해질 때가 많고, 아직은 너무도 어린 아이들인데, 걱정에 걱정을 더하다 보니 격리조치, 더 나아가서는 전학조치까지 서로 요구하는 부모님들로 인해 당황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폭력을 가벼이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피해를 끝도 없이 확대시켜 울분을 토하실 때는 아무래도 난감해진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괜찮다고 할 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다고 할 때, 다른 친구를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할 때, 괜찮아진다.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교육일 것이다. 서로에게 위자료, 피해 보상, 공개사과, 전학조치를 고집하는 것만이 교육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내게 아직 아이가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세상은 어른들의 눈으로 투영된다. 가끔은 부모님들이 서로의 아이를 품에 안아주며 다독여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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