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이 53회를 맞았다. 매년 4월 25일이 되면 법원, 검찰, 변협으로 통칭되는 법조삼륜이 한자리에 모여 국민의 준법정신 함양과 법의 존엄성 진작이라는 법의 날 정신을 기념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1964년 처음으로 법의 날이 지정되고 어느덧 반세기를 넘기는 동안, 법조계는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법조인 수가 크게 늘어나고 각 기관의 조직도 대폭 확대됐으며,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국제교류가 증가했고 전자소송 등 사법정보화의 측면에서도 세계에 견줄만한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지난해 OECD가 주요 42개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27%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은 국민의 이 같은 사법 불신의 원인으로 법조계의 권위의식과 소통의 부재를 지적한다. 이전보다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막말판사, 전관비리,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례 등이 잊을만하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최근 급증하는 법조브로커와 일부 변호사들의 비위행위는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법조계가 사법개혁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사실심 강화 등 재판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펴내고 있고, 법무부는 법조브로커 근절 TF를 구성하고 범죄피해자 보호 등에 힘쓰고 있다. 변협 역시 전관비리신고센터 개설 등 법조비리 척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법의 날을 맞아 법조계는 이러한 사법개혁의 방향이 과연 국민을 향한 것이었는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법개혁의 최종점은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다. 이를 위해 개혁의 초점은 오로지 국민의 시각에 맞춰져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법원은 판결을 잘하고, 검찰은 수사와 공소유지를 잘하며, 변호사는 변론을 잘할 때 법조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사법개혁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법조삼륜이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때 개혁은 자연히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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