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청사는 4월이 참 아름답다. 목련, 홍매화, 산수유 등이 차례로 피고 지는 달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하게 정원을 가꿔주는 인부들 덕에 팬지 같은 작고 귀여운 꽃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무들이 겨우내 꽃눈을 품던 기간에 비하면 꽃 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기자들도 일상의 사건에 파묻혀 법원과 검찰 청사를 오가다 보면 꽃이 지는 것도 모른채 봄을 보내곤 한다. 그야말로 화무십일홍이다. 어느 날 문득 ‘어, 어느새 꽃이 사라졌지’하고 아쉬워 한다.

4·13 총선이 요란하게 지나갔다. 결과는 뭇 여론기관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이를 인용한 언론들도 무안한 면이 없지 않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회 심판론’보다는 ‘정부 비판론’에 무게추가 더해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서초동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총선을 피해 정중동 했던 ‘태풍의 눈’이 지나가고 대대적인 사정(司正)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미 중앙지검 특수부는 부영그룹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한두달 전부터 돌던 “‘미니 중수부’ 반부패TF의 1호 수사는 어디라더라”등의 하마평도 숨을 죽인 채 검찰의 칼끝을 바라보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가 검찰 수사의 강도와 방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다. 검찰은 그 어느 곳보다 내부 응집력과 생존 본능이 강한 조직이다. 가장 강력한 사정기관인 검찰이 들고 있는 ‘카드’의 순서가 뒤바뀌느냐에 따라 정국이 또 한번 크게 요동칠 것이다.

지난해는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정점에 오른 3년차였다. 자원외교 비리·포스코·농협 등 유독 지난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많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장기간 내사해 온 비리를 털어낸다는 측면이 컸다. 전년도에 세월호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검찰의 수사 계획이 불가피하게 조정된 것도 있다.

올해로 이번 정부도 4년차에 접어들었다. 섣불리 사정 드라이브를 걸다가는 ‘제 눈 찌르기’ 수사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4년차에 시작한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이 일로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은 2014년 6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수면 아래 있던 각종 의혹들도 불거질 것이다. 검찰 조직이 또다시 파워 게임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수사 기관의 진정성은 수사로 입증될 것이다. 일반 대중도 검찰이 수사 대상을, 시기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으로 이 조직이 어디에 봉사하는 조직인지 가늠하려 할 것이다. 수사 결과 또한 모두가 납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권력은 꽃이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뿌리 때문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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