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입법의 핵심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법(부)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행정학·법학·경제학의 영역이 산업화시대에 국가의 행정, 사법을 선도하는 큰 역할을 했다면, 입법이나 의회 분야는 여전히 정치학이나 법학의 한 분류에 머물고 있다고 봐도 좋다. 어쩌면 대부분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입법(부)은 학문이나 연구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정치, 정책, 재정, 외교, 감사 등의 영역에서 사실상 이루어지는 모든 권력·비권력 작용으로 간주되는 건 아닐까.

국민들이 비관적인 여론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국회에 대한 요청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참 의아한데, 필자는 국회에 많은 의견과 정보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나날이 국회를 향해서, 언론과 시민단체·이익단체, 중앙행정부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내뿜는 집요하고도 능동적인 입김은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운운하지 않아도, 400조원을 향해가고 있는 국가의 예산을 어떻게 고루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부터 국가적·시대적인 과제(아젠다, 비전)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의 문제까지, 국회에는 실로 많은 의견과 요구가 모여들고 있다.

현재 국회는 본업인 입법의 영역에서도 사회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법률을 지속적으로 제·개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큰 규모의 국가예산을 심사하는 일에도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외에 국정감사·국정조사 활동을 통해서 행정부나 사법부를 견제하고 적절히 그 공과를 평가하는 기능을 다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과거의 불합리한 사건을 바로잡고 응당한 소명을 내놓는 활동(5공화국청문회)이나 사회비리를 적극적으로 규명하여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활동(수서비리사건, 율곡사업 등에 관한 국정감사, 옷로비사건청문회, 대통령비자금사건 국정조사), 국가 중요인사의 공정성에 대한 투명한 평가를 수행하는 활동(인사청문회) 등을 통해서 사회적인 이목을 받은 바도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저)’는 정의라는 지고(至高)하고도 지난(至難)한 불멸의 가치에 대하여, 공리적인 관점과 자유주의적인 관점, 미덕(virtue)이나 분배정의를 두루 검토한 후 조심스럽게 ‘공공의 선(Welfare)을 추구하는 것이 정의롭지 않은가’하는 생각거리를 남겨 주었다.

이처럼 정의라는 것은 한 방향에서 결정되는 ‘온전한 가치’라고 보기보다는, 공공선을 향한 끊임없는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볼 때 국회는 정의라는 국민적 가치를 받아들이는 창구다. ‘일하라’는 신호를 받은 꿀벌처럼, 국회는 법을 만들고 다듬으며 국가의 사업을 북돋고 국가기능이 태만하거나 잠들지 않도록 깨우는 파수꾼 역할을 쉬지 않아야 한다. 국회(입법부)를 향한 국민의 여망은 바로 공공의 선을 향한 요청이고, 앞으로 국회의 성패는 정의를 향한 국민의 의지를 대표자들이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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