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보(杜甫)는 ‘춘야희우(春夜喜雨, 봄밤의 기쁜 비)’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好雨知時節(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 當春乃發生(봄을 맞아 이내 모든 것을 피워내고) / 隨風潛入夜(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 潤物細無聲(소리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시네) / 野徑雲俱黑(들길은 구름과 함께 어두운데) / 江船火獨明(강가 배의 불빛만 홀로 빛나네) / 曉看紅濕處(새벽에 붉게 물든 곳을 바라보니) / 花重錦官城(금관성엔 꽃이 활짝 피었으리)

잠시 눈을 감으면, 눈앞에는 때맞춰 조용히 봄비가 내려 만물을 포근히 적신 봄밤이 펼쳐진다. 한 가지 더 손에 꼽자면 봄비에 내재된 강력한 생명력이 떠오른다. 봄비는 한여름의 호우(豪雨)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파릇파릇한 새 생명을 키워내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봄비의 미덕은 골든타임(時節)에 내려야 좋은 비(好雨)가 될 수 있음을 아는데(知) 있다.

두보는 춘야희우에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묘사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땅의 청년변호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청변은 들길이 어둡기에 홀로 불을 밝힐 수밖에 없는 강가의 외로운 배와 같다. 변호사 자격은 수많은 수험생들이 법조인을 목표로 세우고 수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한 결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메마른 법조시장에서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변호사도 있고, 불법의 끈질긴 유혹을 받는 이들도 보인다.

精金百鍊出紅爐(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번 단련해야 나오며,) / 梅經寒苦發淸香(매화는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맑은 향기를 발한다.)

이 시경의 글귀가 얼마나 위로가 되겠냐만, 오늘을 견디는 청변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불과 몇해 전 밤을 하얗게 밝히며 공부했던 추억과 그 과정에 있었던 주변의 은혜를 소중하게 간직하자.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위해서는 한 여름 농부의 노고가 필요하듯이, 청변들의 피와 땀이 담긴 오늘의 기억은 어려운 법조 시장을 이겨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오늘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와 같은 청변을 위해 호우제(好雨祭)라도 지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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