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 (생략)”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입니다. 시인은 몸이 하나라 가지 않은 길이 생겼나 봅니다. 저는 몸이 하나여서가 아니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것에 대한 고단함’ 때문에 가지 못한 길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작년 봄부터 쓰기 시작했던 대한변협신문의 ‘살며 생각하며’ 칼럼도, 제게는 가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나타낸다는 것이 직업적인 글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에 그간에는 기회가 찾아와도 도저히 시작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해보지 않은 것도 해보자’, ‘가지 않았던 길도 가보자’고 용기를 내어 씩씩하게 연재를 시작했는데 시간은 흘러 그로부터 1년이 되어 갑니다.

‘친절과 친절함의 씨’, ‘휴식, 숨은 쉬고 계신가요’, ‘경계가 사라진 세상, 경계가 사라지는 상상’, ‘시간아 잠시 동안만 멈춰줄래’,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큰딸을 지켜보며’ 등의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평소에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친절’, ‘휴식’, ‘명상’, ‘시간’, ‘자녀’ 등을 주제로 한 것입니다. 덕분에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글을 통하여 조금씩 정리되고 ‘내 생각이 이랬구나’라며 객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고맙게도 제 글을 읽은 선배님, 후배님의 격려 인사도 받아보고, 글을 읽고 사건상담을 하게 되었다는 분도 만났습니다. 중학교 1학년 생활을 잘 하고 있는 큰 딸은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다는 사실 자체에 감동을 먹었다고도 했습니다. 이렇듯 가지 않은 길을 용기 내서 가 본 덕분에 얻은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고개 들어 둘러보면 눈앞에 많은 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어떤 길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어떤 길이 옳다 그르다고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랫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길 앞에서 우물쭈물 너무 많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일단은 길을 나서 보라고 권합니다.

어느덧 대한변협신문에 글을 쓰는 일은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즐겁게 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삽입곡이자 이렇게 좋은 노래도 있었나 싶었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의 마지막 소절을 살짝 따라 부르며 인사를 드립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길을 걸었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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