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 판결

1. 사건의 개요

A해운은 2010년 12월 B, C증권을 주관회사로 선정하여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였는데, 이후 한달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주가가 폭락하였다.

이에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한 주주들과 그 후 유통시장에서 위 유상증자 주식을 매수한 주주들은 B, C증권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이하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를 하거나 기재를 누락하였다고 주장하면서 B, C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 중 유상증자 이후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취득한 사람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에서 정한 손해배상청구권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배척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에 용·대선 매출비중, 신조 선박 수 및 보유 선박 수 등과 관련하여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 환송하였다.

가. 자본시장법이 증권의 발행시장에서의 공시책임과 유통시장에서의 공시책임을 엄격하게 구분하면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자와 책임요건을 따로 정하고 있는 점,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은 법이 특별히 책임의 요건과 손해의 범위를 정하고, 책임의 추궁을 위한 증명책임도 전환시켜 증권 발행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한 조항인 점, 자본시장법 제3편 제1장의 다른 조에서 말하는 ‘청약’은 모두 발행시장에서의 증권의 취득 또는 매수의 청약을 의미하므로 같은 장에 속한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단서에서 증권 취득자의 악의를 판단하는 기준시로 정한 ‘취득의 청약을 할 때’도 발행시장에서 증권의 취득 또는 매수의 청약을 할 때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증권의 유통시장에서 해당 증권을 인수한 자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거짓의 기재 등으로 해당 관여자에게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본시장법 제125조에 정한 손해배상청구권자인 증권 취득자의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중요사항이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자본시장법 제47조 제3항)’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합리적인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투자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에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

나아가 어떠한 사항이 합리적인 투자자가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표시되거나 그 기재·표시가 누락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에 관하여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사항들은 모두 거짓 기재라고 단정할 수 없거나,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이미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하여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유상증자 당시의 주주가 아니라 유상증자 이후에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취득한 주주는 자본시장법 제125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청구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이에 유상증자의 주관사인 증권회사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하여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상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의 의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힌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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