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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채근담]부실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
이시윤 변호사  |  sylee@dra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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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호] 승인 2016.04.11  10: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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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초 어느 미국인이 한국의 법정을 보고는 서부활극의 총잡이가 허리춤의 권총을 빼어 악당을 소탕하는 연발 속사포와 같은 재판이라며 희화한 일이 있었다. 아마도 당시 경범처벌법위반의 즉결사건 전담 최모 판사가 하루에 500~600건씩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한 말로 보였다. 한국법관이 너무 바쁜 재판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그 사이 개선의 노력에 불구하고 큰 진전은 없었다.

대법원만 하여도 연간 4만건 가까이 계류됨으로써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외에 12명의 대법관이 각자 하루 10건씩 처리해야 할 사건 절벽이다.

대법원 합의제는 말 뿐 주심대법관 독단에 가까운 단독제이고, 합의에 발언권도 없고 ‘노비’라는 말도 나오는 대법관 아닌 ‘연구관 재판’이라는 우려를 부식시킬 수 없다. “화장실 갈 사이도 없다”는 말은 벌써 나왔고 엄청난 격무로 큰 병을 앓게 되는 ‘대병원’이라는 말까지 있는가 하면, 연구관의 보고서도 읽기에 바쁜 상황이라 한다. 어느 외국의 유명 소송법학자가 이를 듣고 경악을 금치못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독일에는 민,형사사건만도 우리의 1/4도 안되는 사건을 놓고 129명의 연방판사가 활약하는 연방통상대법원(BGH)에다가 다른 조세, 행정, 노동, 사회 등 전문 4개 대법원까지 합하면 455명의 연방판사(대법관)가 있다. 독일 최고법원이 유토피아라면 우리 대법원은 디스토피아(실락원)일 수 밖에 없다. 그 타개책인 헌법 제 102조 제2항의 대법원에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는 이원제 규정은 휴면화 상태로 두고, 열심히 추진하던 별도의 상고법원안은 두 개의 최고법원이 되는 위헌성과 4심제의 신설이라는 논란이 있어 좌초상태이다.

지법 단독판사의 연간 판결 건수가 700여건, 소액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법관 당 3000건~4000건에 이른다는 것이고, 근로시간은 주당 5일반에서 5일로 줄었음에도, 판사가 주당 한 차례 열던 법정은 이제 두 차례로 더 늘려야 했다. 단독 판사의 사물관할의 확대와 그 질적강화, 재판연구원의 배치와 고법판사를 지법부장급으로 보하는 대등재판부의 구성 등 재판인력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조정제도 및 화해권고제도의 활성화 그리고 판결서의 설득력 약화에 불구하고 그 간략화로 재판부담의 경감시도를 하지만, 하급심 법관이 우리처럼 휴일반납, 야간과 재택근무 등 바쁜 예는 세계에 유례없을 것이다. 독일인구의 5/8밖에 안되는 우리나라의 민사 본안사건이 그와 비슷한 연 100만여건이고, 가압류, 가처분사건은 독일의 20배로 폭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송천국인 우리나라의 법관 수는 불과 2878명인데 비하여, 독일은 2만300명이나 된다.

IT, AI(인공지능)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변호사와 변호사 사무원의 일자리는 서서히 줄어들 추세라지만, 법관의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평가는 아직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 부실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의 보장차원에서도 법관 수의 대폭 증원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너무 바쁘지 않게, 법관에게도 다른 공직자처럼 여유를 주는 것이, 재판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증원을 막는 것이 엘리트 정예주의 때문이라면 옳지 않다. 지금은 건국 초 김병로 코트(Court)를 출발할 때처럼 국가예산의 극빈시대를 벗어나 있어 증원문제의 해결이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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