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원 변호사(사시 28회), 글누림

“사하라에서 시간은 정지하여 흐물흐물 녹아내려 단단한 바위처럼 영원히 굳어있다. 그러므로 시간의 흐름은 정지한다. 그러나 사하라는 현실과 몽환이 뒤섞여 있는 희끄무레한 영역이다. 그곳에서 세상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사라졌지만 모든 것은 여전히 존재하였다.”

장편소설 ‘사하라’는 완벽한 침묵이 존재하는 사막인 사하라를 여행하던 중 심연 속으로 사라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인간 삶과 죽음의 조건, 그리고 인간의 운명과 같은 근원적 존재에 대해 탐구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작가는 20대 초반 월남전에 참전했고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후유증을 겪었다. 어쨌거나 60세가 넘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2011년 처음 장편소설 ‘사하라’를, 그 몇년 후 단편소설집인 ‘이별’을 발표하였으나 그 소설들은 제대로 평가가 이루어진 일도 없었고 심지어 제대로 읽히지도 않았다. 2015년말 작가가 8년 동안 붙들고 재재수정한 ‘사하라’와 중편소설집 ‘달빛죽이기’, 단편소설집 ‘인간해방’, ‘아버지와 아들’, ‘우리들의 시간’ 등을 발표했다. 작가는 우리 시대의 사회가 안고 있는 양가적 측면과 모호성, 복잡성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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