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이래 의사들은 이름, 전문과목, 소재지와 진료시간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광고할 수 있었다. 유명 의과대학과 메이저 병원에서 수련 받은 경력조차 광고하지 못했다.

의사 수 증가, 미용성형시장 확대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길거리 간판, 잡지, 인터넷광고 없이는 이제 환자를 확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환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고, 국내 유일, 절대 안전, 최저가’ 등 현란한 광고문구가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경력광고는 책을 쓴 다음 그 책표지를 찍어 지하철광고판에 게시하는 간접광고방법을 이용하였다.

수술을 부추긴다는 여론이 일자 수사기관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수많은 의료인이 벌금과 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 면허정지로 병원 문을 닫고, 광고를 못하게 되자 환자 수가 2/3나 격감한 곳도 생겼다. 자존심 상한 의사들이 내게 찾아왔다.

‘의사와 광고’!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상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을 해보니 인건비, 병원임차료 및 장비리스비 등 경영자가 갖는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의사는 상인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상인으로서가 아니라 의료전문가로서 의료기술, 수술방법과 장단점 등 정확한 의학정보를 환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다. 정보전달과정에서 병원이나 의사가 반사적 이익으로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2차적인 것뿐이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형사정식재판과 면허정지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에 의료법상 광고금지조항은 과잉규제로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의료광고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하거나,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하도록 하는 문제점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중요 의료정보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의료인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므로 오히려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하였고, 무죄와 행정처분취소판결이 내려졌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수립 시부터 유지해온 포지티브방식이 ‘하여서는 아니 되는 범위’만으로 규제하는 네거티브방식으로 2009년 전면개정 되었다. 대신 사전심의를 받아 오남용을 막도록 하였다.

그런데 2015년에는 사전심의제도도 헌법상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광고와 정보, 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진보적 방향으로 나가는 세계적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대한변협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자 ‘변호사업무광고규정개정TF팀’을 만들어 광고에 대한 폭넓은 개정논의를 하고 있다.

대법원이 “변호사는 영리활동제한,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으로 상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상업적 광고를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2만명이 넘어선 지금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광고는 원칙적으로 풀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택시, 버스, 지하철 등의 내외부착광고, 현수막, 도로 입간판광고, 특정집단에의 우편물발송 등 다양한 방법의 광고를 허용함으로써 변호사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는 것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변호사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며 법조브로커의 횡포를 막아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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