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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맞서 명예 지키는 법조인 자긍심 잊지 말아야”법조윤리협의회 제6대 위원장 천기흥 변호사
신문편집위원 김혜진 변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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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호] 승인 2016.04.04  09: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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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본격적 시작을 알리던 지난주, 법조윤리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제6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천기흥 변호사(사시 8회)를 찾았다. 급격히 늘어난 변호사 수만큼 변호사들의 비위행위·징계 건수가 여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법조윤리의 상시적 감독기관인 협의회의 수장 자리란 누구에게든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을 테다. 그러나 20여 년간의 검찰 생활을 거쳐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모두 역임한 백전노장은 기다렸다는 듯 어떤 질문에도 거침이 없었다. 동시에 답변 하나하나에는 현재 법조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찌르는 통찰과 진심으로 법조계의 앞날을 염려하는 애정이 녹아 있었다.

수임 비리, 사기 등 변호사의 생계형 범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보다 변호사의 윤리의식이 떨어졌다고 보나.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그 부작용으로 변호사들의 윤리의식이 다소 흐려진 경향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식수준이 향상돼 법조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 자체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높아진 국민의 잣대에 법조인들이 어떻게 부응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이런 때일수록 협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재인식돼야 한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변호사가 지켜야 할 윤리란.

법조윤리란 결국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인데 답은 변호사윤리강령에도 다 나와 있다.

요약하자면 세 가지다. 첫째, 부정이나 불의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가령 사건수임을 위해 브로커를 고용한다든지 승소를 위해 허위증언을 시킨다든지, 탈세를 한다든지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둘째, 성실한 업무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변호사들 중에는 간혹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의뢰인에게 거짓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로서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다. 늘 책임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고, 정도를 걸으며 정직하게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신뢰는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셋째, 공익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변호사는 그 자체가 국가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이다. 이를 잊는 순간 변호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 대형로펌들이 자체적으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것은 참 잘하는 일이라고 본다. 단체를 통해서든 개인적으로든, 어떤 형태든 좋으니 공익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잘 실행되면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이 ‘전관예우’다. ‘전관’의 변호사 업무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행 변호사법에도 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제한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필요성이 있으니 이런 규정도 생긴 게 아니겠나. 다만 더 강력하게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이런 걸 법으로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법조인 스스로 굉장히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전관예우라는 게 한 측면으로만 볼 수 없는 참 어려운 문제다. 판검사의 경우 직업적 자긍심도 물론 있지만, 국가의 녹봉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근본적으로 청렴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 놓인 변호사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구조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공직을 퇴임한 변호사에게 강제적으로 “돈 벌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다만 “무리하지 말라”고 할 뿐이지. 그런데도 자꾸 무리하는 경우가 생기니 더 큰 문제들도 생기는 게 아니겠나. 그렇다고 규제를 아예 안할 수도 없고 어려운 문제다.

협의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공직퇴임변호사·특정변호사 등의 수임자료 및 업무활동내역을 검토하는 것이다. 변호사법상 주어진 조직 및 권한만으로 이러한 업무수행을 하는데 충분한가. 입법적 개선을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치 못하다. 조직과 권한의 전면적 확대가 필요하다. 가령 전반적 인원 확충 뿐 아니라 ‘상근변호사’, 즉 변호사 자격을 가진 상근 전문위원이 있어야 한다. 또 1년에 약 2000건 정도의 자료를 검토하는데 별도의 자료검토실이 없다. 이러한 점들을 해결하려면 대법원과 법무부, 변협의 예산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그 외 세부절차상으로는, 수임자료 검토과정에서 재소자를 조사해야 하는 경우에 협의회의 구금·보호시설 방문조사권이 규정돼 있지 않아 재소자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또 협의회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다른 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어 사실관계 확인 시에도 문제가 있다. 조만간 관련규정을 검토해 법 개정을 건의해보고자 한다.

많은 징계사례가 변호사의 관련규정 미숙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협의회에서 계획하는 윤리교육이 있는지.

윤리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협에서도 변호사 징계사례와 관련된 변호사법 중심의 윤리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변협에서는 그러한 실무 중심의 윤리교육을 담당해줬으면 하고, 협의회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호사 윤리·인성에 관한 교육을 했으면 한다.

협의회에서도 2011년부터 위원장이 지방회에 직접 출강해 법조윤리를 강연하고 있지만, 내용을 좀 더 강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10년 이상 경력의 판검사,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 위원 9명이 각 1년에 2번씩 변호사들에게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강연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변협에서도 도와줬으면 좋겠다.

협의회가 출범한 지 9년이 됐지만 아직도 그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하고 있는 홍보방안이 있는지.

작년 11월 ‘법조인윤리선언’ 선포식을 계기로 협의회에 대해 많은 홍보가 이뤄졌다. 앞으로는 반기별로 협의회가 수행한 업무내용, 즉 징계개시신청 혹은 수사의뢰 건수·유형·사례 등을 언론 등에 공식발표하고자 한다. 그 자체가 윤리의식 증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저런 경우도 있구나”하면서 좀 더 조심하지 않겠나.

변협 제48대 집행부는 전관예우 등 사법비리 척결에 특히 열의를 가지고 있다. 변협과의 공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법조윤리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당연히 변협과 업무협조를 해야 한다. 변협도 협의회의 업무에 많은 관심을 두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

임기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앞서 말한 두 가지다. 우선 지금까지의 실정법적 윤리교육이 아닌 새로운 각도의 윤리교육을 대폭 실시하고 강화하려 한다. 둘째는 협의회 홍보이다. 즉 반기별로 협의회의 업무처리 내용을 공개해 법조인들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해왔던 징계개시 신청, 수사의뢰 위주 활동을 넘어 법령제도 및 정책협의, 대책마련에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한 인력 및 예산확보에 힘 쓸 예정이다.

후배 법조인들에게 한마디.

우리가 지향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자유민주주의의 두 기둥은 자본주의와 법치주의고, 그 중 법조인들이 담당해야 하는 게 법치주의다. 법치주의의 수호를 위해서 법조인은 어떤 경우에도 불법·불의와 싸우며 명예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윤리’의 핵심이다. 변호사 존재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윤리를 버리면 이미 변호사가 아닌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현실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초석을 마련하는 법조인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잊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종심(從心).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도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70세 나이를 칭한 논어 의정편의 말씀이다. 공자가 최종적으로 달하고자 했던 성인의 경지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일흔을 넘긴 천기흥 위원장님을 생각하니 문득 ‘종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지러운 법조계에서 젊은 변호사들만 딱하다며 모든 것이 선배들 책임이라고 연거푸 읊조리던 진정한 원로(元老)의 모습에 잠시나마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졌다.

/ 인터뷰 신문편집위원 김혜진 변호사

천기흥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동대학원 법학석사 △서울대사법대학원 11기 △법무부 섭외법무심의관 △서울지검 총무부장검사 △제43대 대한변호사협회장 △현 법무법인 한얼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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